기자수첩/ 마포협치 공감한마당
기자수첩/ 마포협치 공감한마당
  • 이슬비
  • 승인 2019.07.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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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지난 2일 마포구는 ‘마포협치 공감한마당’을 열었다. 9개의 민관협치 실행사업의 우선순위를 주민이 직접 정하는 자리였다. 이날 모인 200여명의 주민들은 성별, 연령, 직업, 거주지역이 모두 달랐다. 행사가 평일 오후 2시에 열려 50-60대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10대(3명), 20대(12명), 30대(16명)도 참석해 청년층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

먼저 주민들은 사업을 선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를 논의했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때, 각 원탁에 함께 있는 퍼실리테이터(토론도우미)들이 노트북에 토론내용을 입력하면 대형스크린 화면에 실시간 공유가 됐다. 토론 끝에 6가지 사업 선정기준이 추려졌는데 다시 전자투표기를 이용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투표결과 역시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그 다음 토론에선 9개의 개별사업에 대해 궁금증을 논의한 후 전문가와 함께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토론이 끝나고 최종투표가 시작됐다. 최종투표는 앞서 최다득표를 얻은 선정기준 세 가지를 적용해 세 번 이뤄졌다. 그 결과, ‘주민과 함께하는 골목공유 주차’가 1위를 차지했다.

세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을 지켜보면서 내심 놀랐다. 성별, 나이, 거주지역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토론하며 숙의의 과정을 거치는 모습이 새삼 인상적이었다. 전자투표기를 통해 투표하고, 대형스크린 화면에 실시간으로 개표되는 모습 또한 놀라웠다. 막연히 거수 혹은 쪽지를 이용한 아날로그 방식일 것이라는 예측이 보란 듯이 빗나갔다. 마치 기자 본인만 조선시대에서 방금 온 옛사람처럼 느껴졌다.

서울시가 2015년 ‘협치서울 추진계획’을 수립한 뒤로 협치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주민들은 지방정부가 수립하는 사업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객체가 아니라 의제발굴부터 사업선정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이다. 이번 마포협치 공감한마당을 지켜보면서 투표중심 대의민주주의에서 토론이 함께 병행하는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로의 변화가 싹트고 있음을 체감했다. 그러나 토론 중 민관협치사업이 지속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체장이 바뀌어도 민관협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뒷받침할 여러 제도와 단단하게 결성된 시민사회로의 성장이다. 아직은 초기단계인 협치민주주의가 광범위하게 확장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