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행 / 3. 서울관광객 1200만 가능성은
이탈리아 기행 / 3. 서울관광객 1200만 가능성은
  • 시정일보
  • 승인 2007.02.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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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속 지워진 역사복원부터
1 . 당당한 매력 덩어리 ‘로마’
2. 물의 도시 베니스

서울시가 서울관광객 1200만 명 유치를 선언했다. 서울시는 이 목표달성을 위해 관광마케팅을 전담할 공기업형태의 8월쯤 ‘서울관광공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민선4기 청사진인 시정운영4개년계획의 5대 핵심프로젝트 중 2개를 문화와 연계하는 등 문화에 비중을 높였다. 그렇지만 한계는 있다. 2005년 서울관광객은 450만 명으로 2.66배 많은 수치. 대한민국 전체 관광객이 1000만 명인 점을 감안할 때 서울시 목표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서울관광객 1200만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로마나 베네치아 등 관광선진도시와 비교할 때 서울은 역사와 문화가 빈약하다. 단순히 유적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서울은 60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역사라는 사실을 극적으로 꾸밀 수 있는 모티브가 없다. 신화가 없다는 말이다.
이런 데는 물론 36년간의 식민지배와 3년간의 전쟁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500년 법통을 자랑하던 조선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됐다. 궁궐 등 조선을 상징하는 건축물은 물론 정신까지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은 살아 숨쉴 틈이 없었다. 더욱이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만 3년1개월의 전쟁은 파괴의 정도가 더 심했다. 전쟁의 광기는 사람은 물론 건축물을 모두 파괴했고 결국 서울은 잿더미만 남았다. 또 개발독재로 상징되는 1960년대 이후 한국, 특히 서울은 적어도 1990년대 이전에는 과거보다 현대를 앞세우는 극단적인 개발논리로 그나마 남아있던 역사를 지웠다.

문화의 가치는 1990년대 들면서 인식의 대상이 됐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먹고 사는 데서, 즐기며 유희할 수 있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고 이런 틈을 헤집고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민선자치가 본격 개막된 1995년 이후 이런 움직임은 더 거세졌다. 자치구마다 자기고장을 특성화 지을 수 있는 축제와 문화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2006년 말 현재 서울에서 개최되는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는 140여 개. 서울시 주관이 10개, 자치구 주관이 130여개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치구당 평균 5.2개의 행사를 개최하는 셈이다. 관악산 철쭉제, 은평구 통일로 파발(擺撥)제, 용산구 남이장군대제, 동대문구 선농제, 중구 장충단제 등이 대표적인 지역축제이다. Hi Seoul축제, 청계천문화축제, 세계드럼페스티벌 등 서울시가 주관하는 축제는 그 규모와 질적 수준에서 지역축제를 압도한다.
이들 축제는 그러나, 대부분 ‘자기들만의 동네잔치’로 끝난다. 축제현장에 가보면 외국인은 없다. 특별한 문화행사가 아닌 이상 동네사람, 특히 직능단체회원 등이 절대 다수인 일종의 ‘관치(官治)축제’이다. 여기에서는 외국인은 고사하고 일반주민의 참여도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형편이다. 축제 대부분이 ‘판박이’라는 것도 문제다. 상당수가 먹고 마시며, 노래하는 것 외에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축제의 다양성과 역사성을 살리지 못하다보니 축제는 으레 음식잔치와 가수초청공연이 축제의 전부이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관광객 5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 △관광정보 안내와 해설부족(20.7%) △특성화된 관광기념품 부족(16.1%) △특징적인 먹을거리 부재(13.3%) △볼거리, 즐길 거리 부족(12.1%)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은 1일 체재비가 세계 100도시 중 3번째이다. 미국 <비즈니스 트래블뉴스>가 발표한 ‘2006년 비즈니스여행지수’에 따르면 서울의 하루체재비는 567달러로 모나코 몬테카를로, 프랑스 파리 다음이었다. 2005년 35위에서 무려 32계단이나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이 온다는 것 자체가 희극이다. 결국 2006년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는 70억 달러나 됐다. 외국관광객은 오지 않고 한국인은 ‘밖으로, 밖으로’ 향하고 있다. 외국인 유치는 고사하고 한국인을 붙드는 게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탈리아의 예를 들어보자. 이탈리아는 문화유산보호가 곧 이탈리아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양해 주는 것이라 보고 시민참여와 홍보,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수리·복원·보존을 통해 관광수요를 창출해 경제적 가치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와 관련, 100여 년 전인 1902년 문화재보호를 위한 ‘시(市)별 신축 및 증축건물에 대한 고도제한 등 규정’을 법제화했다. 또 1939년에는 <미술적 및 역사적 중요문화재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1974년에는 문화 및 환경유산부가 신설돼 이탈리아의 문화적·환경적·고고학적·예술적 유산과 도서관 및 고문서를 보호하고 그 가치를 활용하고 있다. 물론 서울, 나아가 한국은 로마나 이탈리아와 여건과 환경이 다르다. 그렇지만 서울이 서울다울 수 있는, 서울만을 상징하는 문화·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서울시민 조차 서울의 상징이 무엇인지, 그리고 상징문화나 유적 또는 유산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가 작년 10월13일부터 20일 시민 5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서울이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42.9%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또 ‘역사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36.9%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문화는 한 나라 또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소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문화가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그 도시만의 색과 향(香)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서울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서울다운’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은 600년 역사와 미국 영국 등이 200여 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30년 만에 이룬 ‘다이내믹’을 간직하고 있다. 고궁과 북촌한옥마을, 동대문패션시장, 월드컵경기장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문화적 생각의 차이가 명품을 만든 사례는 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정부 들어 슬로건을 ‘Cool Britain, Creative London'으로 정하고 창조산업 전담부서인 DCMS(Department of Culture, Media and Sports)'를 설립했다. 이런 지원 결과 2001년 영국의 문화산업은 한해 1125억 파운드(한화 20조9475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고 130만 명의 고용효과를 얻었다. 또 런던의 대표적인 문화기관 밀집지역인 South Bank에는 2005년 한해 1200만 명이 방문했고, 100만 명이 National Theatre 등 기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문화산업은 결국 창조산업이다. 창조산업은 상상력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영국의 문화산업권위자인 존 하틀리(John Hartely)는 ‘창조산업 = 창조적 예술+문화산업’으로 정의하고 “창조산업의 성공여부는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창조력에 의해 좌우 된다”고 말했다.
청계천은 이런 창조산업의 전형으로 여겨진다. 개발정책 탓에 땅 속에 묻혔던 청계천을 다시 햇빛 속으로 부활시킨 것은 생각의 차이가 명품을 만들 수 있음을 잘 증명하고 있다. 2월12일 현재 청계천 관람객은 4163만3376명. 이 중 외국인은 1.5%인 41만여 명이다. 또 경기도 국악당이 2005년부터 선보이는 ‘한국의 미(美) - 웨딩(Wedding·결혼식)은 작년 한해 295회 공연에 4만9747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또 작년 5월 열흘간의 함평나비축제기간 함평을 방문한 관광객은 171만 명이나 됐다. 반면 국보만 31점, 보물 81점, 사적지 76곳, 17개의 호텔과 7개의 콘도미니엄, 300만평이 넘는 보문관광단지와 위락시설이 있는 경주에는 “관광객이 없다”며 상인들이 울상이다.
서울이 자신의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하버드대학교 조지프나이 교수는 “명품을 만들지 않는 국가는 강대국이 될 수 없다”고 갈파했다. 명품을 만들지 않는 서울은 명품도시가 될 수 없다.

方鏞植 기자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