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녀상이 주는 平和의 교훈
기자수첩/ 소녀상이 주는 平和의 교훈
  • 이승열
  • 승인 2019.08.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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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이승열 기자

[시정일보] 일본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시위’(수요집회)가 8월14일자로 1400회를 맞았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국민감정이 뜨거운 가운데 맞이하는 의미있는 숫자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지난 1992년 1월8일 첫 집회 이후 28년째 지속돼 왔다. 공식적으로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일곱가지 사항을 일본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14일에는 제1000회 수요시위를 맞아 의미있는 조형물이 세워졌다. 보통 ‘소녀상’이나 ‘평화의 소녀상’으로 불리는 ‘위안부 평화비’가 그것이다. 당초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비석의 형태로 기획했으나, 현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소녀의 모습을 한 예술작품 형태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돼 파문이 일었다. 명백한 정치적 외압에 따른 전시 중단으로, 이에 항의하는 예술가들의 ‘내가 소녀상’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도 소녀상 전시 중지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되고 있는 소녀상에 대해 일본은 강력 반발해 왔다. 일부 극우 성향 일본인들은 소녀상을 훼손하고 말뚝을 박거나 낙서를 하는 등 ‘반달리즘’을 저질러 왔다.

일본인들이 이토록 소녀상에 기겁하는 이유는 뭘까. 기자는 소녀상이 그야말로 ‘평화’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민당 정권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 우익은 동북아에서 끊임없이 적대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독도 문제가 대표적이다. 독도에 관한 일본의 목표는 우리나라를 자극해 독도 주변의 긴장감을 높이고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독도에 관한 한 ‘조용한 외교’를 기본 원칙으로 해 왔다.

강제징용에 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로 시작된 일본의 경제보복도, 실상은 우리나라와의 적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에 편승해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일본 국내 여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일본의 적대행위에 자극돼 함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뤄주는 것이다. 우리는 소녀상처럼 묵묵하게, 그러면서도 꿰뚫어보는 눈빛으로 일본을 바라보면서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평화’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소녀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