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한마디 / 반복민원과 성숙한 시민의식
나도한마디 / 반복민원과 성숙한 시민의식
  • 최 동 규 은평구 감사담당관
  • 승인 2019.08.29 12:45
  • 댓글 0

 

[시정일보]지방자치단체의 감사부서에서는 감사 업무 외에 민원 업무도 담당한다. 감사부서에 접수되는 민원은 주로 고충민원이다.

고충민원이란 주차문제, 불법 노점상 단속, 소음문제, 쓰레기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처리에 불만을 가진 민원인이 감사과에 제기한 민원을 말한다. 공무원의 업무 태도가 불친절하다거나, 업무처리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다거나, 소극적 행정을 한다거나 이런 불만들이다. 고충민원에 대해서는 조사 후 공무원의 잘못인 경우 해당 공무원에게 주의를 주고 교육을 한다.

우리 은평구에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년 동안 12만8643건의 민원이 감사과로 접수됐다. 민원이 접수되는 루트는 다양하다. 은평구에 바란다, 새올전자민원, 응답소 민원 등이다. 12만8643건! 언뜻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힌다. 감을 잡기 위해 현실에 대입해서 분석해보자. 위 숫자는 2년 합계치이니 일단 2년(24개월)으로 나누면 한 달에는 5360건, 이를 다시 한 달 근무일수 20일로 나누면 하루 268건의 민원건수가 나온다.

이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감사담당관 민원순찰팀이다. 은평구의 경우 근무직원은 5명으로 하루 268건의 민원을 5명이 처리하고 있다. 한 사람당 하루평균 53.6건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민원이 접수되면 담당직원이 내용을 파악한 후 관련규정을 찾아서 처리부서를 확인하고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서 한 건당 5분이 걸린다치면 약 5시간이 필요하다. 나머지 시간에는 직접 조사업무 등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렇듯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민원순찰팀은 직원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팀이 돼버렸다.

민원제기는 주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민원을 위한 민원이 너무 많은 것도 현실이다. 1명당 100건 이상의 민원을 제기한 경우가 111명이나 되고, 심지어 어떤 민원인은 혼자 5000건의 민원을 냈다.

이런 분들은 쉼 없이 불만을 제기한다. 예컨대 집 주변의 불법주정차를 24시간 신고한다. 한 대의 차를 단속하면 얼마 후 다른 차가 불법주정차를 할 수도 있는데, 이 분은 단속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담당직원을 고발한다. 하여튼 밤 10시든 낮 10시든 무조건 신고한다.

불법노점상도 마찬가지다. 보일 때 마다 단속을 요청한다. 상점의 거리 진열대도 신고 대상이다. 노점상과 상점의 어려운 경제사정은 감안하지 않는다. 민원 해결하랴, 경제적 약자들 사정 감안하랴, 공무원은 가운데에서 힘이 든다.

이런 민원인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더욱 바빠진다. 그만큼 공무원은 어렵고, 민원응대의 질은 떨어진다. 습관성 반복민원으로 전국의 모든 행정관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행정력 낭비 요인이 되고 있다. 여러 해법이 요구되겠지만, 더불어 사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한 대안일 것이다.

우리는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학교에서도 영어, 수학 성적경쟁은 했어도 더불어 사는 시민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 육성. 이를 위한 시민교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