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강북 한달살이 1년후
기자수첩 / 강북 한달살이 1년후
  • 문명혜
  • 승인 2019.09.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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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myong5114@daum.net
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될 무렵부터 서울시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는 전혀 뜻밖의 장면을 목도하고 입을 다물지 못한 적이 있다.

4만5000여 직원과 25개 자치구를 이끌고 있는 서울시 수장이 역사상 가장 더웠던 작년 여름 강북구 삼양동 언덕길에 있는 옥탑 단칸방에서 한달동안 살림을 차린 것이다.

‘강북 한달살이’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강북표심을 잡기 위해 한 약속을 지킨 것으로, 서울시 균형발전의 영감을 얻으려는 목적을 띠고 있었다.

기왕 하는 고생이어서 굳은 마음으로 에어컨도 없는 서민의 집을 골라 주민들의 불편을 들으러 동네 곳곳을 부지런히 다녔고, 부인 강난희 여사와 함께 옥탑방 앞 평상위에서 부채질을 하는 유명한 스틸 컷도 남겼지만 정치인 박원순을 반대하는 측은 “쇼 행정 하지 말라”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잊혀졌던 강북한달살이가 1년만에 부활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치밀하게 준비해온 후속조치를 8월19일 내놓은 것이다.

강북이 밀려드는 새로운 시민들의 생활공간을 마련하는 자연발생적 도시 성격이 강한 반면 강남은 도시인프라가 갖춰진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강남북간 불균형은 구조적이며 견고할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순행’으로 수집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생활 SOS 확충과 고질적 주차난 해소, 열악한 문화인프라 확충 등 세갈래 발전방향을 가다듬었다.

67개 단위사업을 정해 28개 사업을 끝마쳤고, 39개 사업은 진행중인데, 주로 빈집과 공터, 자투리땅을 사들여 시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국회의원 10명하고도 안바꾼다는 서울시장의 위상은 거대한 조직과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움직이는 영향력 때문인데, 박원순 시장이 한달간 머물다 간 삼양동과 강북구는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게 확인됐다.

안타깝게도 드라마틱한 이벤트였던 ‘한달살이’는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지 못했다. 차기 후보지에 대한 투기 조짐이 보이자 부득이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달살이가 일회성으로 끝났어도 균형발전은 포기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박원순 시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하후상박’의 논리로 재정이 열악한 구에 더 많은 예산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8월말이 되자 서울시는 또다른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9월부터 강북 비도심권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서울시의 강남북 균형발전 행보가 생색내기가 아닌 확고한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