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수신하고 제가한 다음 치국해야
시청앞/ 수신하고 제가한 다음 치국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9.09.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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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고지욕명명덕어천하자)는 先治其國(선치기국)하고 欲治其國者(욕치기국자)는 先齊其家(선제기가)하고 欲齊其家者(욕제기가자)는 先修其身(선수기신)하니라.

이 말은 대학에 나오는 말로써 ‘옛날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의 나라를 잘 다스렸고 자신의 나라를 잘 다스리고자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의 집안을 가지런히 관리했고 자신의 집안을 가지런히 관리하고자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을 수양했다’는 의미이다.

옛날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했던 사람이란 옛날의 성왕 堯(요)·舜(순)·禹(우)·湯(탕)·文武(문무)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완전한 인격을 갖추고 최고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역사상 덕치주의를 완성시킨 전형적인 예로 등장한다. 근본과 말단을 알고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을 깨달아 실천에 옮기는 것이 군자의 모습이다. 군자의 수양은 여기서 끝나지 않으며 밝은 덕을 밝혀 백성을 새롭게 한다고 했는데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타고난 인격완성의 소질을 계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군자가 할 일의 마지막 단계이며 군자라면 누구나 이에 뜻을 두고 매진해야 한다.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는 것은 말단이요 나중에 할 일이기 때문이다. 천하 사람들이 밝은 덕을 밝힐 수 있게 하려면 먼저 천하보다는 작은 규모인 한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며 한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먼저 그보다 작은 규모인 한 집안을 잘 관리해야 하며 한 집안을 문제없이 잘 관리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수양해야 한다.

작금에 들어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여야 간 증인채택·일정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하자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소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나라 인사 청문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례도 없고 권력 분산과 견제라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 이런 기자간담회를 통해 후보자에게 일방적으로 무제한의 변명 기회를 제공해 국민의 의혹과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처사가 아닌가 싶다.

법무부 장관은 무엇보다 법치와 준법에 앞장서고 법질서 확립에 솔선수범해야 하는 자리이다.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면서 청문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듯한 회견을 강행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후보자와 관련해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만 10여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자신과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