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문 그곳 '서울 오래가게', 뉴트로 감성 저격
시간이 머문 그곳 '서울 오래가게', 뉴트로 감성 저격
  • 문명혜
  • 승인 2019.09.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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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오래가게’로 관광객 2천만 시대 연다
30년 이상 대물림된 ‘오래가게’…올해 서남권 위주 22곳 선정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십수년만에 찾은 고국. 옛집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변화와 발전이 가져다 준 사회상이다.

서울로 몰려드는 사람들. 길은 넓어지고 건물은 번듯해 졌지만 오랫동안 시민들의 취향을 저격했던 멋과 맛이 휩쓸려가는 ‘그늘’도 생겨났다.

관광객 2천만 시대를 꿈꾸는 서울시는 세대를 이어가며 시민들의 오감을 호강시켜온 장인들과 오래된 가게들을 찾아 관광자원화 하기 시작했다.

재작년엔 종로 중구 등 원도심을, 작년엔 용산 마포 서대문 은평 등 서북권을 샅샅이 살펴 수십곳의 ‘오래가게’를 선정했고 올해는 강서 구로 영등포 등 서남권에서 과업을 수행했다.

본지는 서울시가 공들여 찾아낸 오래가게들을 살펴보며 독자들과 함께 서울시의 매력을 누려보려 한다.

 

서울시가 올해 강서구ㆍ구로구ㆍ영등포구 등 서울 서남권 중심의 ‘오래가게’ 22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2017년부터 2년간 총 65곳의 ‘오래가게’를 선정한데 이은 것이다.

‘오래가게’는 시민이 뽑은 개인 점포를 뜻하는 우리말로,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래가게’는 개업 후 30년 이상 운영했거나, 2대 이상 전통계승 혹은 대물림 되는 가게를 우선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관광콘텐츠로서 흥미있는 요소를 지니고 있고, 친절도 등 고객 서비스가 우수한 가게를 위주로 선정한다.

2017년 전통공예와 관련된 업종이 많았던 종로ㆍ을지로 일대, 2018년 서점ㆍ사진관ㆍ화방 등 예술과 관련된 분야가 많았던 서북권 지역과 달리, 올해 선정된 서남권 지역은 다방ㆍ음식점ㆍ미용실 등 주로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가게들이 많다. 그런 만큼 정겨운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다.

사진 왼쪽 2017 오래가게 ‘박인당’, 2019 오래가게 ‘삼우치킨센타’
사진 왼쪽 2017 오래가게 ‘박인당’, 사진 오른쪽 2019 오래가게 ‘삼우치킨센타’

이번 선정된 구로구에 위치한 ‘혜성미용실’은 불에 달군 인두로 펌을 해주는 옛 미용방식을 30년간 고수하고 있다.

금천구 남문시장 골목을 지키는 ‘금복상회’는 단돈 3000원이면 장인이 직접 문구를 새겨주는 나만의 명찰을 만들 수 있다.

영등포구에 있는 ‘상진다방’은 찻잔세트부터 낡은 가죽소파까지 1970년대 다방의 모습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동작구에 1983년 문을 연 ‘터방내’ 카페에선 사장님이 직접 사이폰으로 내려주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 ‘뉴트로(new-tro)’가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서울의 ‘오래가게’에 대한 관광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감성을 즐기려는 2030세대와 옛 향수를 떠올리는 중ㆍ장년층 모두에게 복고를 새롭게 즐기려는 ‘뉴트로’ 감성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사진 왼쪽 2019 오래가게 ‘맨투맨양복점’, 2019 오래가게 ‘평택쌀상회’
사진 왼쪽 2019 오래가게 ‘맨투맨양복점’, 사진 오른쪽 2019 오래가게 ‘평택쌀상회’

이번 오래가게로 선정된 22곳은 △강서구 3곳(공항칼국수, 등촌동 최월선칼국수, 자성당약국) △관악구 3곳(그날이 오면, 미림분식, 휘가로) △구로구 1곳(혜성미용실) △금천구 2곳(금복상회, 평택쌀상회) △동작구 2곳(설화철물, 터방내) △영등포구 6곳(맨투맨양복점, 미도파꽃집, 삼우치킨센타, 상진다방, 신흥상회, 쌍마스튜디오) △강북구 2곳(서울스튜디오, 황해이발관) △용산구 2곳(대성표구사, 합덕슈퍼) △종로구 1곳(거안)이다.

이중 가장 오래된 가게는 1969년 문을 연 강서구의 자성당약국이다.

서울시는 올해 신규 가게 발굴을 위해 여러단계 엄격한 검증을 거쳤다.

먼저 1152개의 가게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했고, 폐업유무를 확인 후 시민추천과 자치구 추천, 시민스토리텔링단, 전문가 현장평가를 거쳐 38곳을 후보군으로 선별했다.

이어 2차 전문가 현장검증과 자문을 통해 38곳 중 22곳을 ‘오래가게’로 최종 선정했다.

시는 최근 뉴트로 트렌드를 즐기는 개별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오래가게를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오래가게 주변의 오래된 맛집, 산책로 등 주요 관광지를 엮어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서울스토리 온라인플랫폼(www. seoulstory.kr)과 SNS를 통해 국내외에 알릴 계획이다.

사진 왼쪽 2019 오래가게 '쌍마스튜디오', 2019 오래가게 '혜성미용실'
사진 왼쪽 2019 오래가게 '쌍마스튜디오', 사진 오른쪽 2019 오래가게 '혜성미용실'

오래가게에 선정된 가게엔 가게의 개업년도와 브랜드 BI가 함께 디자인된 인증 현판을 제작ㆍ비치하게 된다.

오래가게 인증 현판은 올해 11월경 각 가게에 비치될 예정이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오래가게를 새로운 관광브랜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면서 “명실상부 세계인이 찾는 서울의 관광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오래가게만의 정서와 매력을 국내외에 꾸준히 알리고, 오래가게 간 네트워킹과 민간협력 방안도 꾸준히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