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장 현 용산구청장 / 역사의 무게를 아는 구청장, ‘세계 중심 용산’을 그리다
성 장 현 용산구청장 / 역사의 무게를 아는 구청장, ‘세계 중심 용산’을 그리다
  • 이승열·정수희
  • 승인 2019.09.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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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민선7기 용산구의 비전을 듣는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시정일보]평화의 기운이 한반도 천지를 뒤덮고 있던 작년 7월, 4년 여정의 민선7기 지방정부가 출항의 닻을 올렸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아시아톱 민주주의 아성을 지키는 굳건한 수비대요, 전국의 모든 공동체를 평안하게 유지하는 주력군이다.

민선7기 지방정부들은 무슨 비전을 갖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본지는 앞으로 여러차례에 걸쳐 서울시 자치구를 찾아 이를 확인하고 독자들에게 전하려 한다.

이번 호에서는 남북통일시대 세계중심도시를 꿈꾸며 역사문화 관광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용산구의 수장 성장현 구청장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편집자주-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의 말은 유연하면서도 소신 있게 들렸다. 상경해 처음 용산역에 당도했을 때 그의 모습 역시 짐짓 그렇지 않았을까 그려본다.

선대 조상인 매죽헌 성삼문 선생의 생을 통해 ‘역사’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고, 선조에 누가 되지 않는 목민관, 손자들과 후대에까지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이자 일꾼으로 기록되고 싶다는 성장현 용산구청장. 그는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40여년 전, 고향인 전남 순천을 떠나 서울에서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용산’에 터를 잡았다. 행여 마음 약해질까 돌아갈 차비도 없이 시작한 서울 생활. 질통 짊어지고 모래자갈 지어 올리는 노동일서부터 책장사 등을 하며 연탄 굴뚝을 안고 한뎃잠을 자면서도, ‘고생도 인생의 일부’라는 생각에 피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오늘 고생을 통해 내일 웃을 수 있으면 되고, 어제가 없는 오늘은 없으며 오늘이 없는 내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용산에 남다른 사랑과 애착을 가지고 청춘과 삶을 오롯이 바쳐온 성장현 구청장.

그에게 용산은 어떤 곳이고, 그가 꿈꾸고 바라는 용산은 어떤 모습일까. 본지는 민선 2기를 거쳐 5, 6, 7기 용산구청장을 지내오면서 ‘세계중심도시 용산’으로 도약하기 위해 그간 그가 펼쳐온 역사·문화·관광 사업 그리고 청년, 노인 세대를 위한 정책·방안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성장현 구청장이 지난 5일 용산서당에서 문화체험에 참여한 외국인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성장현 구청장이 지난 5일 용산서당에서 문화체험에 참여한 외국인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1998년에 제34대 민선2기 용산구청장을 지내고 민선 5기부터 7기까지 내리 3선, 총 4선 용산구청장을 역임해 오고 계신다. 용산이라는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으실 것 같은데, 그동안의 소회가 궁금하다.

“용산은 제 할아버지(성삼문)께서 사형을 당하신 땅이다. 지난해 태어나신 지 600년 되는 해였고 1456년 단종을 복위시키려다가 역모로 몰려서 새남터 사형장에서 세조에게 죽임을 당했다. 저는 서울사람도 아니고 전남 순천사람인데, 왜 그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 이 서울에서, 그것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용산에서 구청장을 4번이나 하게 하셨을까. 어제가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고 오늘이 없는 내일이 있을 수 없는 것이 역사의 흐름인 것 같다. 그래서 역사를 두려워할 줄 알고 할아버지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는 구청장이 돼야겠다는 신념으로 노력해 왔다. 그리고 제가 얼굴도 못 본 600년 전의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두려워하듯이, 훗날 제 후손들이 ‘우리 할아버지가 용산의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끌었던 일꾼이었고 지도자였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

성장현 구청장이 지난 7월 구청광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용산마을농원 향토작물을 수확하고 있다.
성장현 구청장이 지난 7월 구청광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용산마을농원 향토작물을 수확하고 있다.

 

- 민선 5기부터 용산구의 슬로건을 ‘세계의 중심, 이제는 용산시대’로 정하고 그 성장동력을 역사문화관광에 두고 계신다. 현재 어떤 사업들을 진행 중이며, 역점사업은 어떤 것인가.

“‘세계의 중심, 이제는 용산시대’는 그냥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용산은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 그 서울에서도 중심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역사적인 상징성, 지리적인 여건을 종합해 봤을 때 용산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유수한 도시들과 어깨를 겨루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남북문제가 잘 풀리면 서울역은 유럽에서 기차를 타고 한국에서 내리는 첫 번째 역, 우리 아이들이 기차를 타고 유럽으로 갈 때 배웅을 해주는 관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용산에는 굉장히 많은 역사유적들이 있다. 지방자치시대, 문화관광은 지방정부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따라서 세계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동력을 역사문화관광에서 찾고 있다.

현재 효창원 의열사 재정비를 비롯한 역사사업에 이어 ‘용산역사박물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등록문화재인 옛 철도병원을 리모델링해 2021년 준공이 목표다. 용산역사박물관은 개항 전후,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미군주둔시기, 개발시대에 이르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전시될 예정이다.

또 용산에는 박물관이 20개가 넘게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관내 박물관과 미술관 인프라를 연계해 ‘역사문화 박물관특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구민 일자리 창출은 물론, 용산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역사문화명소 100선을 선정해 안내판을 설치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내년까지 근현대 역사문화명소 100곳을 선정해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탐방코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 용산구는 베트남 퀴논시와 꾸준히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 오신 사업과 앞으로 주목할 만한 사업은.

“베트남 퀴논시는 악연으로 만났지만 지금은 형제의 도시가 된 곳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용산구에서 창설된 맹호부대가 퀴논에 주둔했다. 즉 용산과 퀴논은 맹호부대가 매개가 돼서 역사적으로 함께 아픔을 겪어야 했던 땅이다. 개인적으로는 1996년 용산구의원으로서, 1999년에는 용산구청장으로서 퀴논을 방문한 후 아픈 역사를 후손들에게까지 남겨주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됐고, 2000년 민선5기 구청장으로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교류사업을 추진했다.

먼저 지난 2011년부터 숙명여대와 연계해 매년 1명씩 퀴논 우수학생의 유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졸업생 3명을 배출했고 지금 4명이 재학 중이다. 또 2013년부터는 용산 지역사회단체의 후원을 받아 퀴논시의 무주택 빈곤층과 어려운 라이따이한들을 위해 사랑의 집 지어주기 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17채를 지어 제공했다.

베트남은 자외선이 강해서 백내장을 앓고 실명이 되는 사람이 많다. 이에 순천향대학병원,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퀴논시립병원 내 백내장치료센터를 운영해 4000여명에게 혜택을 줬다. 순천향대학병원 의료진이 수술을 집도하는 것은 물론 현지 의료진도 양성하고 있다.

2016년에는 퀴논과의 상시교류를 위해 용산국제연락사무소를 설치했다. 또 한국어·한국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세종어학당과 손을 잡고 한국어학당(꾸이년 세종학당)을 개설, 현재 10개 반(수강생 300명)을 운영 중이다. 꾸이년 세종학당은 올 해 초 문화관광부 표창을 받았다.

저는 이 같은 교류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온 공로로 지난해 4월 베트남 주석 우호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장현 구청장이 지난 3일 열린 주민참여예산 총회에서 주민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성장현 구청장이 지난 3일 열린 주민참여예산 총회에서 주민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청년과 더불어 잘사는 용산시대’를 표방하면서 청년정책과 일자리기금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 진척이 됐는지.

“용산구는 청년의 능동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자립기반 형성을 돕기 위해, 청년정책의 제도적 기반이 될 <용산구 청년 기본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지난 3월 구의회를 통과했다. 또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청년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청년정책자문단’을 구성했다. 지난 4월 발대식을 가졌고 2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취·창업, 청년축제, 제도개선, 네트워크 활성화 등 10개 분과에서 활동하면서 정책 기획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용산구는 나라의 경쟁력인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용산구 일자리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4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20억원씩 4년간 1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일자리기금은 오로지 청년들만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사업에 쓸 예정이다. 특히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해 사업실적이나 신용등급이 부족해 자금이 부족한 청년 창업자들에게 저금리로 빌려줄 예정이다.”

- 전국 최초로 양주시에 구립치매안심마을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자치구 차원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양주시민들의 반대여론도 팽팽하다. 지금까지 진행현황과 향후 계획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곧 설계공모에 들어갈 것이다. 내년 착공해 202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약 18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중앙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47억원을 이미 확보해 놓았다.

구립치매안심마을은 용산구가 전국 최초로 건립하는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이다. 수익 창출이 아닌 보편적복지를 목표로 하는 구립요양시설이다. 운영비용은 입소환자들이 내는 비용과 국가급여로 충당된다.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 매년 2억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될 전망이다.

용산구는 치매안심마을 운영 상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네덜란드와 일본의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또 용산구의 치매예방정책은 서울시의 치매관리사업평가에서 6년 연속 우수구로 선정될 정도로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양주시민들의 반대여론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극복해 나갈 것이다. 구립치매안심마을은 단순한 요양시설이 아니라 선진 치매케어 환경을 도입한 치매전담시설이라는 점을 알릴 계획이다. 또 추후에는 요양시설 벤치마킹,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의 실습, 치매환자 가족 방문 등으로 양주를 찾는 방문객이 증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아울러 양주시민들도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00여명으로 예상되는 치매안심마을 관리 인력도 양주시민으로 우선 채용할 예정이라는 사실도 적극 알릴 것이다. 현재 양주시민들이 걸었던 플래카드를 스스로 모두 철거할 정도로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승열 기자·정수희 기자 / sijung1988@naver.com

 

성장현 구청장이 지난 7월 건국실천원양성소 터 안내판 현장점검에 나서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성장현 구청장이 지난 7월 건국실천원양성소 터 안내판 현장점검에 나서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용산미군기지, ‘국가통일공원’ 조성

남과 북 끊긴 철도 연결되면 ‘세계 물류 중심’ 우뚝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역사’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다. 그는 “용산의 역사에 어떤 구청장으로 기록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말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아니라 한 도시의 목민관으로서 그 업적이 역사에 남는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매일 닥치는 문제에 헉헉대는 사람이 아니라, 거시적인 비전을 가지고 도시의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람, 그의 말마따나 “큰 꿈”을 가진 사람의 몫일 것이다.

성장현이 그리는 용산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용산을 ‘세계중심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태평양을 건너오는 그 많은 물류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오는 화물들이 왜 인도양과 대서양을 돌아서 유럽으로 가야 하나? 기차로 가면 한달 안에 어디든 갈 수 있는데.” 그의 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돼 끊어졌던 철도가 연결돼야 한다. 그는 “서울역은 정말로 세계 물류의 중심지가 될 것이고, 서울역이 자리잡은 용산은 전 세계의 어떤 도시와도 겨뤄낼 수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현은 이 같은 큰 꿈을 대비하는 구청장이 되려고 한다.

120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오는 용산미군기지 땅에 대해서도 성 구청장은 큰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 땅을 ‘국가통일공원’으로 이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고려가 우리 땅을 통일했었고 이후 통일된 나라로 살다가 일제 강점 이후 우리 의지에 반해 남북으로 갈렸는데, 통일이 되면 절대로 다시 나뉘면 안 된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공원은 산 사람들이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을 위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시설도 새로 짓거나 들이지 않은 채 역사와 문화, 희망과 미래가 살아 숨쉬는 온전한 공원으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라는 공원 조성 원칙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성 구청장은 용산이 세계중심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꼽았다. 그는 “지금 용산은 국철 때문에 동서로 나뉘어 있어 통합적인 발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용산구의 발전과 남북통일 후 교통허브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성장현 구청장은 구민들에게도 “용산은 우리만 살다 가는 땅이 아니라 먼 훗날 후손들도 살아야 하는 땅”이라며 “우리의 삶이 후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용산구민이 돼 달라”고 당부하고 “저도 손잡고 함께 끝까지 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