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 문화가 살아야 도시가 산다
단체장칼럼 / 문화가 살아야 도시가 산다
  • 오승록 노원구청장
  • 승인 2019.09.19 11:45
  • 댓글 0

 

[시정일보]지난해 10월, 공릉동 경춘선 철도공원에서 가을 음악회를 열었다. 양 옆으로 줄지어 선 가로수 사이로 시원스럽게 뻗어있는 철로, 곳곳에 세워져 있는 예전 열차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그 사이에 자리 잡은 관객들의 열기까지 더해져 화랑대 역사 주변이 멋진 야외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춘천행 열차 노선 변경으로 주민들의 산책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외진 곳에 5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문화에 대한 갈증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문화를 사치스러운 것, 낭비적인 요소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문화가 도시 경쟁력이다. 스페인 북부 공업도시 빌바오시가 좋은 예다. 철강산업 침체로 도시기능이 약화되자 문화로 눈을 돌렸다. 그 때 지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어 연간 1억6000만달러의 관광수입을 벌어들이는 명소가 되었다.

중국 베이징도 쇠퇴한 도시를 살리기 위해 문화에 주목했다. 베이징 동북부 위치한 다산즈 지역에는 〈798예술구〉라는 예술거리가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현대 미술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수백개의 화랑과 미술관에서 365일 다양한 장르의 전시회가 열리고 예술가와 관람객의 만남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한 해 400만명이 찾는 이곳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무기를 만들던 중국의 군수물자 공장이었다. 냉전시대가 해체되면서 공장들이 문을 닫자 흉물도시로 전락했던 이곳에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낡은 건물들이 예술과 독특하게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의 변모다. 모두 문화의 힘이다.

빠른 기간 산업화 과정을 겪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산업구조가 바뀌어 과거에 효자 노릇을 하던 산업시설들이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방치된 빈 공장이나 낡은 건물들이 도시를 빠르게 낙후시키고 있다.

다행히 근래 들어 낡은 것을 버리고 철거하는 대신 문화를 입히는 작업이 활발하다. 폐석유 저장시설을 문화 복합공간으로 바꾼 ‘마포 문화비축기지’, 문 닫은 인쇄공장이 예술가들의 작업공장으로 변한 ‘금천 예술공장’, 비어있던 연초 제조창을 작가들의 작품을 사고파는 장터로 만든 ‘대구예술발전소’가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명소가 되고 있다.

노원구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문화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다행히 노원구는 기본 여건이 우수하다. 수락산과 불암산, 중랑천과 당현천 등 풍부한 여가공간과 각종 교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반경 7㎞ 안에 320만 명이 거주하는 서울 동북부 중심도시로서의 잠재적 수요가 최대 강점이다.

먼저, ‘노원 6대 문화축제’를 정례화 한다. 태강릉 문화제, 5월 어린이 축제, 당현천 등축제, 드론 페스티벌, 경춘선 가을 음악회와 노원탈축제다. 이를 위해 얼마 전 이탈리아 베니스 가면축제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브라질 리우와 함께 세계 10대 축제답게 연극과 불꽃놀이, 가면 경연대회 등 볼거리가 풍부했다. 특히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축제 속에서 즐기는 모습이 축제의 흥겨움을 더했다.

기존의 전시 공간도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 소장, 샤갈 진품 전시회는 7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노원구 중심에 위치한 북서울미술관도 유명 작품 전시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전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고흐의 작품 등 유럽의 명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당현천 등 축제, 경춘선 철도공원의 철도박물관 등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노원은 물론, 서울 동북부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문화가 살아야 도시가 산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작은 변화, 문화의 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