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은 더 이상 치킨게임을 보고 싶지 않다
사설/ 국민은 더 이상 치킨게임을 보고 싶지 않다
  • 시정일보
  • 승인 2019.09.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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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가을이 옷깃을 날리며 어디론가 나서게 한다. 언제라도 당신을 초대하고 싶은 시간이다. 갈 곳이 많다. 세상의 여러 곳을 화사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하며 인사를 하게 한다.

누구라도 가을이면 내가 가려는 길이 보인다. ‘너’와 ‘나’라는 말들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토록 사랑한 초록색 풀들과 갈대 줄기로 여름을 만들었던 천사(1004)의 작은 섬들에도 붉은 성찬(盛饌)을 위한 준비가 바쁘다.

멀리 날기 위한 작은 새들도 가벼워지기 위해 깃털 하나까지도 버리며 준비를 서두른다.

새의 깃털은 저만치 바람에 날리며 햇살을 가르고 갈 길을 간다.

허나, 아침방송은 가을의 붉은 휘파람대신 붉은 글씨의 자막들로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긴급 속보라며 ‘조국 장관의 방배동 집을 압수 수색’ 뉴스를 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부론(民富論)을 발표한다. 정부주도의 성장을 폐기하고 민간주도의 자유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꾀하자는 게 요지다. 한국당이 내놓은 4대전략이 동의하기 어려운 민부론이라는 부정의 사설이 조간을 장식하고 있다. 이 또한 치킨게임을 보는 것 같은 설익은 정책이다.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장을 지낸 연세대 류석춘 교수가 최근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과 동일시하고, 수강생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대학가는 물론, 정치권의 반발과 규탄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의 정치와 언론, 지성의 교육계까지 모두 치킨게임을 즐기는 양상이다. 치킨게임은 2대의 차량이 마주보며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1명이 방향을 틀어서 치킨, 즉 겁쟁이가 되거나 아니면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에게서 유행했다. 1955년 개봉된 제임스 딘 주연의 <이유 없는 반항>에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서양에서는 닭이 겁이 많은 동물로 여겨져 겁이 많아 도망을 잘 가는 겁쟁이를 ‘치킨‘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정치적으로 질서가 없는 북한의 김정은이나 그의 아버지 김정일이 치킨게임의 명수로 알려졌다. 그래서 우리에게 치킨게임은 거부감이 크고 높다.

한마디로 못된 사람들, 불량한 시대의 산물로 치킨게임을 인식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국민은 정계, 법조계, 교육계의 치킨게임을 보는 안타깝고 힘든 가을이다.

국민은 더 이상의 불안한 뉴스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다. 일본의 아베는 우리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 과거 전쟁에 대한 참회가 없다. 거침없는 상처의 말로 국민의 자존감을 건드리고 있다. 하나로 뭉쳐도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기는 그다지 쉽지 않다. 여야, 치킨게임을 거두기 바란다. 검찰은 검찰의 개혁을 향한 국민의 물음에 수긍되는 정도를 걷기 바란다. 교육계는 성찰과 자질을 높이기 바란다.

국민은 더 이상 치킨게임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