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사건 서훈 취소자 실명공개
간첩조작사건 서훈 취소자 실명공개
  • 이승열
  • 승인 2019.10.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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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재심 무죄판결 시 서훈 취소 시스템 구축… 취소자 실명도 적극 공개
서훈 취소 후 훈장 반환하지 않은 자 명단도 공개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행정안전부가 과거 간첩조작사건 관련자들의 부적절한 서훈을 취소하기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서훈이 취소된 관련자와 서훈물품을 반환하지 않은 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의 ‘간첩 조작·고문 53명 훈장 취소, 아직 회수 안 됐다’ 보도에 대해 1일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입장이다. 

법 개정을 통해 서훈취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간첩조작 관련 서훈 취소자 명단도 공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행안부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서훈이 취소되는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해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 74점의 서훈을 취소했다. 하지만 재심 무죄판결에 대한 결과를 사법 관련기관에서 통보해 오지 않거나 해당 서훈추천 부처에서 취소 요청해 오지 않는 이상 자체적인 취소가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대한민국상훈 누리집(www.sanghun.go.kr)에 피해자가 직접 취소요청할 수 있는 신고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행안부는 고문 등 가혹행위 관련자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관련기관의 의견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기관들이 공개에 동의할 경우 즉시 공개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서훈 취소 이후에 훈격, 수여일자, 취소사유 등을 공개했으나, 실명에 대해서는 국방부 등 관련기관에서 비공개를 요청해 오는 경우 상훈법 및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정보공개법에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공기관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행안부는 서훈이 취소된 이후에도 서훈 물품을 반환하지 않는 자의 실명을 관보 등에 공개할 수 있도록 상훈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지금까지는 서훈이 취소되는 경우 훈·포장 등의 환수와 관련법에 따라 부여되는 각종 혜택의 정지를 해당기관에 요청하더라도, 가택수색, 압수 등 물리적 강제수단이 없어 환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편 SBS는 지난 30일, 간첩조작사건으로 훈장을 받았다 취소된 53명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고, 훈장도 제대로 반납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정부부처 간에 무죄확정 판결문 등 서훈 취소 근거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피해자 가족이 직접 나서 서훈 취소를 요청해야만 하는 실태를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고 서창덕 씨 간첩조작사건 등 관련자에 대해서 국정원 및 국방부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서훈이 취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아울러 명단 공개와 훈장 등 서훈물품 환수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