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양 호 중구청장 / “주민과 걸으면서 나누는 소통이 중구 구정의 기반”
서 양 호 중구청장 / “주민과 걸으면서 나누는 소통이 중구 구정의 기반”
  • 이승열
  • 승인 2019.10.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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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민선7기 중구의 비전을 듣는다
서양호 중구청장
서양호 중구청장

 

 

[시정일보]평화의 기운이 한반도 천지를 뒤덮고 있던 작년 7월, 4년 여정의 민선7기 지방정부가 출항의 닻을 올렸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아시아톱 민주주의 아성을 지키는 굳건한 수비대요, 전국의 모든 공동체를 평안하게 유지하는 주력군이다.

민선7기 지방정부들은 무슨 비전을 갖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본지는 여러차례에 걸쳐 서울시 자치구를 찾아 이를 확인하고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낡은 구도심의 이미지를 벗고 ‘다시 찾아오는 중구’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서양호 중구청장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편집자주-

 

 

서양호 중구청장은 매일 아침 5시에 황학동 집에서 나와 을지로4가에 있는 구청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주로 운동복 차림으로 편안하게 입고, 출근길에서 만나는 주민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

서 구청장은 “주민들이 딱딱한 구정에 관해서보다는 주로 생활상의 좋고 나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어디 체육시설이 고장났다, 불법주차 단속해 줬으면 좋겠다, 공공화장실과 공원이 깨끗해져서 좋다, 같은 얘기들이다. 소소한 불편함들을 구청장에게 직접 얘기할 수 있어서 반가워 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서 구청장은 이 같이 걸어서 하는 출근을 폭염기간, 태풍이 왔을 때를 빼고는 매일 계속해 왔다. 그리고 그렇게 구민의 말을 귀담아 듣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구정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서 구청장은 “구청장을 1년여 하면서 여러 중장기 전략적인 과제를 가다듬고 있는데, 그런 전략은 구민의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하고, 그 신뢰는 결국 구민들과의 소통에서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구민의 소소한 이야기를 구청장이 귀담아 듣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이후 구정을 지지하는 큰 힘이 될 거라는 깨달음이다. 서 구청장은 “일상적인 소통과 생활구정을 기반으로 해 전략과제 실현까지 아우르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양호 구청장은 이 같이 구정의 든든한 지지기반이 될 중구민을 위해 취임 초 ‘9대 전략과제’를 세우고 24개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찾아오는 중구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9대 전략과제는 △도심산업 활성화 △동(洞)정부 △문화도시 중구 △미래에 대한 투자 △역사에 대한 존경 △주민을 위한 공공혁신 △도심공간 혁신 △건강 중구 △안전 중구 등으로 짜여있다.

본지는 주민과의 밑바닥 소통에서 시작해 중구를 바꾸기 위한 원대한 비전을 꿈꾸는 서양호 구청장을 만나 주요 전략과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서양호 구청장이 지난달 30일 제일평화시장 화재현장에서 상인들에게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서양호 구청장이 지난달 30일 제일평화시장 화재현장에서 상인들에게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역사에 대한 존경’ 과제의 핵심인 ‘어르신 공로수당’ 추진 실적은 어떤지,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 주세요.

“올해 2월25일부터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수령자 1만1515명에게 처음 지급했고, 지금은 대상자가 조금 늘어나 1만2000여명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다. 지난 1월 신청을 받을 때 신청률이 99%에 이를 만큼 어르신들의 관심이 대단했고 현재 만족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 매달 공로수당 사용처를 분석하고 있는데, 사용처 1위가 뜻밖에도 고기 구입이었다. 이는 현재 어르신들이 가처분소득을 가지고 단백질 섭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해서는 이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이 선결돼야 하며, 공로수당이 어르신들의 생활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난 4월부터 소득 하위 20%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했지만, 1인 최저생계비 50만4000원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지만 중구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육박하고 있다. 65세 이상 비율이 17%로 서울시 평균(14%)보다 높다. 85세 이상 어르신과 홀몸어르신의 빈곤율도 서울에서 가장 높다.

따라서 중구의 어르신 공로수당을 단순한 포퓰리즘이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며 노인 빈곤의 실상을 잘 모르는 데에서 기인한다. 공로수당은 우리나라 민주화와 산업화에 젊음을 바친 어르신들이 노후에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고, 노인 빈곤이야말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것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다. 복지부는 기존 기초연금과 중복되는 문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심각한 마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공로수당이 현금이 아니라 지역화폐 개념의 바우처로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연금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고, 이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다. 양측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협의는 잘 마무리되리라 생각한다.”

-구청의 권한과 예산을 동(洞)에 넘기는 동정부 사업도 추진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오셨고 앞으로 어떤 게 남았는지 설명해 주세요.

“동정부의 핵심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서비스의 기본 축을 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예전에 국가가 모든 인프라를 제공하던 시대에는 상명하복의 관료체계가 효율적이었다. 지금은 주민들이 일상적인 공공서비스 외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그 복지요구의 실현은 정부나 서울시나 구청이 아닌, 그들의 생활공간 거점인 동에서 이뤄져야 한다. 즉, 생활복지의 요구를 해결해 나가는 자급형·자주형·자치형 생활정부의 기본단위는 동이 돼야 하고, 동을 중심으로 완결적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동이 커져야 하고, 동에 있는 직원들 수가 구청에 있는 직원보다 많아야 하고, 동에 예산권한·결정권한을 내려보내야 한다.

실제로 중구는 올해 70여개 업무권한을 동으로 내렸고, 내년까지 100개 정도를 이관할 예정이다. 또 동예산의 60% 정도를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해, 골목길 등 보행로 안전, 마을 일자리 창출, 공원 관리, 복지시설 유지보수 등에 사용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청소, 공원관리, 이면도로의 유지보수 같은 것들은 효율성을 위해 구 단위에서 일원화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효율성보다 주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동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해야 한다.

참여예산이 늘어난 만큼 참여도를 높일 방안도 마련 중이다. 기존 친목 성격이었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의 대표성을 보강하는 주민자치회로 바꾸는 등 주민자치조직 정비를 지속해 왔고, 주민자치학교도 운영하면서 참여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직장인, 대학생 등 젊은층의 참여를 이끌어 낼 묘안도 고심하고 있다.

남은 과제로는 복지관, 도서관, 체육시설, 주차장 등 공공 생활SOC 재배치가 있다. 종전처럼 ‘1구(區) 1관(官)’이 아니라, 집에서 도보로 10분이면 각종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로베이스에서 재편하겠다.”

 

서양호 구청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평화기원 가을 남산 걷기대회’에서 주민들과 남산을 오르고 있다.
서양호 구청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평화기원 가을 남산 걷기대회’에서 주민들과 남산을 오르고 있다.

 

-‘미래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서는, 중구형 돌봄·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구 직영 교육 4종 세트’를 선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추진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해 주세요.

“중구는 인구 유출, 특히 젊은층의 유출이 구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아파트 신축과 같은 주거 개선율이 서울 최하위 수준이어서 경제활동을 하는 새로운 젊은층이 들어오지 못하고, 자녀를 둔 기존의 젊은 계층은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중구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실제로 관내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생이 되는 사이 그들 중 18%나 빠져 나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가 절박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거의 올인하고 있다. 구 직영 교육 4종 세트는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했다.

제일 먼저 시작했고 대내외적으로 평가가 좋은 것은 구 직영 초등돌봄교실이다. 지난 3월 흥인초등학교에서 3개 반으로 시작했는데, 기존에 있던 돌봄교실을 구가 운영하면서 시설과 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운영시간도 오후 5시에서 저녁 8시까지로 연장하고, 돌봄전담사도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매일 오후와 저녁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구 직영 돌봄교실만의 장점이다. 2학기부터는 봉래초등학교에서 두 번째 직영 돌봄교실이 시작됐다. 내년에는 참여 학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관내 9개 공립초등학교에 모두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중구 직영 초등돌봄교실은 지난 7월 행정안전부가 개최한 ‘지자체 저출산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도 계속 오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구 직영화는 민간위탁이 만료되는 순서대로 진행하고 있다. 신당동어린이집, 황학어린이집, 신당하나어린이집 등 3곳은 이미 전환했고, 10월에 청구어린이집과 중구청직장어린이집이 추가된다. 임기 내에 국공립어린이집 24곳 중 위탁이 만료되는 18곳을 구 직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이 직영화되면 기존 보육교직원은 모두 고용이 승계되고 정년도 보장된다. 또 현장학습비, 특별활동비 등 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이 전액 지원된다.

진학상담센터는 올해 3월 구청 별관 유휴공간에 조성하고 처음부터 직영으로 시작했다. 원래는 지금 동화동에 짓고 있는 교육혁신센터에 속한 시설로 구상했는데, 취임 초기 가진 학부모 대토론회나 면담에서 입시와 진학, 진로 관련 컨설팅에 관한 학부모의 건의가 많아서 1년 앞당겨 개소했다.

처음 두달은 1주에 3일로 하다가 예약이 몇 달치까지 밀려서 5월부터 주 6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무료인 데다 상담시간도 2시간까지 가능하고 사후관리도 받을 수 있어서 호응이 뜨겁다. 마지막으로 진로체험버스는 학생들이 형식적인 진로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25인승 버스와 함께 제공하는 진로체험 프로그램이다. 7~8월 시범기간을 거쳐 2학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중구에는 1조원 클럽에 속한 기업이 36곳이나 있고 다양한 국립·시립·구립 시설, 문화재 등 다채로운 체험현장이 있다. 이 같은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학생들이 많은 직업들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학교와 협의하면서 운영하겠다.”

이승열 기자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