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달라지는 은평구 전통시장, 다시 만나는 이야기
기고 / 달라지는 은평구 전통시장, 다시 만나는 이야기
  • 은평구 재정경제국 정 동 섭 국장
  • 승인 2019.10.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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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재정경제국 정 동 섭 국장

 

[시정일보]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우리 선조들은 한 해 내 땀흘려 일군 과일과 곡식을 거둬들이면 자신들을 잘 보살펴준 조상들의 은덕에 감사의 제를 올렸다. 전국의 각 산지에서 가을의 결실들이 모여들면 우리네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해진다.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평소에 전통시장에 들르지 않던 소비자들도 한번쯤 발길을 주곤한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경기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대형마트에 이어 기업형 슈퍼마켓까지 골목상권을 점령하고 온라인 쇼핑 매출이 증가하는 등 갈수록 다양화되는 유통환경이 전통시장의 설자리를 나날이 좁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구청에서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활성화를 위해 상인회와 함께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민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올해 연서시장에서는 구 최초로 전국 시장들의 숙원인 중소벤처기업부 특성화 지원사업의 첫걸음을 시작해 결제편의, 위생청결, 안전관리 등을 위해 2억7000만원의 국·시·구비가 투입중이고, 무더위에 취약하던 시장 내에 에어컨 16대를 설치했다.

대림시장에도 미세한 물안개로 실내온도를 내려주는 증발냉방장치를 설치해 올 여름 상인들과 고객들이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었다. 여기에 시장 영수증만 있으면 누구나 아이를 무료로 맡길 수 있는 아이돌봄센터가 개소돼 백화점, 대형마트 못지 않은 영유아 돌봄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신응암시장에는 그림에 입체감을 부여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설치예술의 일종인 트릭아트를 설치해 고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으며 은평구 중심상권인 연신내상점가에는 홍대, 신촌 못지않은 젊은이들의 거리로 거듭나기 위해 오월동주 비어스트리트, 썸머스트리트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 가을 은평구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은평구와 막걸리업계 1위인 서울장수막걸리가 응암오거리상점가에 조성 중인 전통주 거리의 활성화를 위해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이었다.

현재 응암오거리 상점가는 서울시 특화상권 조성 지원사업에 선정된 후 전통주를 테마로 하는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은평구와 상인회가 서울 장수막걸리 연구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차례의 회의와 품평회를 거친 끝에 봉산에서 유래한 꿀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유자를 가미한 은평구만의 신 막걸리 ‘은평 달빛유자’를 대중에게 선을 보였다. 술은 우리네 인생의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친구 아니던가. 은평구에 ‘달빛유자’라는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다.

지난 26일 역촌동 평화의 공원에서 은평구 전통시장 박람회가 개최됐다. 은평구 상권 활성화를 위해 각 시장 및 상점가의 가장 사랑받는 대표 상품, 점포들이 광장으로 나온 모습이 흡사 요즘 유행하는 어벤져스를 연상케했다. 쇠퇴해가는 전통시장의 상권을 살리고자 손을 맞잡은 상인들 하나하나가 시장의 영웅들이었다.

소비자는 물건보다 경험을 쌓기 위해 돈을 썼을 때 더 큰 행복을 느끼고 행복감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단순히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추억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변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아이와 함께 시장을 방문해 돌봄시설을 이용하고 장을 본 추억, 여름날 축제에서 친구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나눈 이야기, 막걸리 한 잔에 흘린 눈물 한 방울. 전통시장에서 주민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시작할 때 진정한 의미의 전통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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