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안으로 살펴 부끄러움이 없어야
시청앞/ 안으로 살펴 부끄러움이 없어야
  • 정칠석
  • 승인 2019.11.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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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詩云(시운), 潛雖伏矣(잠수복의)나 亦孔之昭(역공지소)라 하니 故(고)로 君子內省不 (군자내성불구)하고 無惡於志(무오어지)하니 君子之所不可及者(군자지소불가급자)는 其唯人之所不見乎(기유인지소불견호)인저.

이 말은 詩經(시경) 小雅(소아) 正月(정월)편에 나오는 시로서 ‘시경의 시에서 읊기를 비록 깊이 잠겨 감춰져 있으나 역시 밝게 드러나리라고 했거늘 그러므로 군자는 안으로 살펴 병되지 않고 뜻이 부끄러움이 없으니 군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은 오직 사람들이 보지 못할 뿐이기 때문이다’라는 의미이다. 역시 愼獨(신독)에 대한 말로 어두운 곳보다 잘 드러나는 곳은 없고 미세한 것보다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을 설명한 시다. 자기 내면에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은 타인의 입장에서는 가장 어둡고 미세한 것이지만 자신의 입장에서는 가장 밝고 확연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다른 어느 것도 속일 수 있을지언정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자는 오직 자기 내면을 살펴 그릇되고 부끄러운 것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작금에 들어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면서 굵직한 정부·여당의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재원에 대한 대책 설명도 없는 어쩜 장밋빛 청사진도 적지 않다.

최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을 추가한다는 정부의 ‘광역교통 비전 2030’ 정책이나 서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 지하도로 건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상습 정체 구간 복층화 등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수도권에 GTX를 중심으로 급행 철도망을 구축만도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에 대한 재원 조달에 계획도 없이 발표됐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5년 임기의 특정 정부가 단시일 내에 쉽게 끝낼 사업이 아닌데도 재원계획도 없이 발표하니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안 되면 말고 식이나 부작용이야 어떻든 뒷감당은 누가 하든 식의 선거용 정책은 그 파생되는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시행 시기가 앞당겨진 고등학교 무상교육, 내년 초까지 마무리된다는 122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과속으로 진행돼 온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포퓰리즘 정책이 선거철을 앞두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514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철저하게 심의해 선거용 선심예산을 가려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이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위정자들이 안으로 살펴 진정 부끄럼이 없는 상황이 맞는지를 냉철히 판단해 내년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