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가 간의 갈등, 민간교류 활성화로 극복하자
특별기고/ 국가 간의 갈등, 민간교류 활성화로 극복하자
  • 선현규 교수
  • 승인 2019.11.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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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현규 교수 (일본 코에이대학)
선현규 교수
선현규 교수

[시정일보] 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로 유명하다. 그런데 실은 지진보다 태풍이 더 많다. 흔히들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는데 일본에도 이런 고사성어가 있다. 하지만 올 가을 일본은 이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태풍이 많이 와 크나큰 피해를 입었다. 원래부터 일본에는 가을에 태풍이 많아 날씨가 매우 변덕스럽다. 오죽하면 ‘가을 하늘과 고양이 눈과 여자 맘’ 이라는 말이 있을까. 이것은 자꾸 변하는 것을 비유한 말인데 일본에서는 가을 내내 한국처럼 청명하고 맑은 하늘을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한국에서도 일본의 태풍피해가 가끔씩 보도되리라 보는데 지지난달과 지난달에 연이어서 온 하기비스(제19호)와 부알로이(제21호)의 태풍피해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주로 남쪽 지방인 큐슈에 태풍이 많이 오는데 올해는 유난히도 동경을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에 태풍이 많이 왔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100여명이 사망하고 실종자도 상당수에 달한다. 일본 기상청의 자료에 의하면 기록이 남아 있는 1951년부터 올 10월 사이에 일본에 상륙한 태풍이 206개에 달한다. 사망자와 실종자는 2만 명이 넘는다. 과연 우리나라는 몇 개의 태풍이 상륙했으며 그로 인한 인명피해는 얼마나 될까. 소방방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잠깐 생각해 보자. 만약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한국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지 않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끔씩 한국을 직격하는 태풍도 있지만 대부분의 태풍은 일본에 상륙해서 그 후 저기압으로 변해 거의 접근하지 않는다. 만약에 일본이 없다면 틀림없이 지금보다 더 많은 태풍이  직격할 것이다. 이리 보면 일본이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사실은 새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사람들 중에는 ‘일본이 지구상에서 사라져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지정학적으로 봐서 일본 열도가  한반도의 방풍재 역할을 해 주고 있는데도 일본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를 바라겠는가. 
    
  한국인들의 기억에도 선명히 남아있겠지만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에 의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2만여 명에 달한다. 1995년에는 한신·아와지대지진으로 6,300여 명이 사망하고 1,400억 달러의 피해를 냈다. 이리 보면 한국인들이 흔히들 말하는  일본은 ‘저주 받은 땅’이라 불릴 만하다. 일본의 한 연구소에 의하면 일본은 지진, 태풍, 해일, 홍수 등으로 인한 자연피해가 가장 많은 나라라 한다.

  그런데 이런 일본에도 45여만 명의 한국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 많은 인명을 앗아간 지난 9월의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한국의 죽마고우로부터 전화가 왔다. 태풍 피해를 묻는 고마운 안부전화였다. “다행히 내가 사는 곳은 별 피해가 없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요즘 일본 때문에 죽겠어. 이번 태풍이 일본을 싹 쓸어갔으면 좋겠어. 자네 사는 데만 빼놓고”라고 말했다.

  솔직한 친구라고 웃어넘겼는데 이 친구 말에 동감하는 한국인들이 적잖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때문에 죽겠다는 푸념이 나온 것은 아마도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로 인한 최근의 한일양국의 갈등 때문이라 본다. 친구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필자가 사는 곳만 피해가는 영리한 태풍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는가.

  일제강정기의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는 일본 국내에서도 떠들썩하다. 요즘에는 매스컴에 오르내리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한일 양국 간의 이해관계는 이해가 가지만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하루빨리 타협점을 찾아서 이전과 같은 우호 관계를 유지해 주었음 하는 바람이다. 필자가 살기 불편해서가 아니다.

  사실 한일관계가 악화되었다 해서 피해본 일은 전혀 없다. 사람이 할 말을 다 하고 살면 어찌 되겠는가.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면 국가 간만이 아니라 부모자식 사이 부부 사이에도 금이 간다. 참고로 말하면 일본인 아내와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우리 부부는 한일관계가 악화되기 전부터 사이가 안 좋으니 이번 문제와는 무관하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민감정도 있으니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며 시간도 걸릴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나라 싸움을 할 것인가.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득보다 손이 더 많아진다. 알다시피 한일 양국 간의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한 한일 양국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가 간의 갈등은 민간 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극복하는 길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필자는 한일 양국의 연구자들의 학술 교류의 가교역할을 20년 넘게 해 오고 있는데 지금도 이전과 변함없는 교류를 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교류가 국가 간의 갈등을 더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도 마다하지 않고 힘을 보탤 것이다. 아무쪼록 서로가 더 많은 대화를 통해 공존의 일을 모색하여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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