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민 사법서비스 예산전용, 공관 개보수한 한심한 대법원
사설/ 대민 사법서비스 예산전용, 공관 개보수한 한심한 대법원
  • 시정일보
  • 승인 2019.11.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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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법원행정처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직후 공관을 16억6650만원의 혈세를 투입 개·보수를 단행하면서 4억7510만원을 타 예산에서 무단으로 전용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감사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예산 심의 때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10억원 미만으로 하라”고 권고하며 9억9900만원으로 제한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국회 의결예산보다 6억7000만원이 많은 16억6650만원을 배정했다. 이렇듯 원래 배정된 공관 개·보수 예산보다 공사비를 높게 책정하면서 그 부족한 부분을 사실심 충실화, 법원시설 확충 및 보수 등 대민 사법서비스와 관련된 예산에서 전용한 것으로 드러나 더 충격을 주고 있다. 개·보수 예산의 절반은 건물 외관 마감재를 이탈리아산 고급 석재로 바꾸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법부 최고기관으로서 천칭저울처럼 공정하고 가장 법을 잘 지켜야 할 대법원에서 이런 예산 전용이 버젓이 벌어지고 호화스러운 리모델링을 했다는데 대해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한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4억 원 상당은 잘못된 예산 집행이었다”며 “이 모든 결정은 지금의 대법원장 취임 전에 이루어졌고, 실무자 선에서 최종 결재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목민심서(牧民心書) 율기육조(律己六條) 제5조 절용(節用)편에는 ‘私用之節(사용지절) 夫人能之(부인능지) 公庫之節(공고지절) 民鮮能之(민선능지). 視公如私(시공여사) 斯賢牧也(사현목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사로운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으나 公庫(공고)를 절약할 수 있는 백성은 드물다. 公物(공물)을 내 것처럼 아낀다면 이는 현명한 수령’이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수령 자신이 공사를 엄히 가려 씀으로써 모든 이속과 관노들 역시 사용을 위해 공고(公庫)를 축내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청렴이라고 하는 것은 공직자의 본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고, 모든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공직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이다.

작금의 상황은 인사청문회 당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법부 수장을 보며 국민들이 기대했던 청렴함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타 부처가 이 같은 탈법적 예산 전용을 저질렀다면 과연 사법부는 어떻게 판결할까. 이렇게 하고서도 과연 사법개혁의 영이 설 수 있겠는가. 사법부가 법과 상식 위에 군림하려는 특권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사법부의 사법 개혁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란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