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보상비 절반 국비 지원해야”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보상비 절반 국비 지원해야”
  • 이승열
  • 승인 2019.11.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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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4대협의체 ‘도시공원 일몰제 토론회’
지난달 22일 열린 ‘정부의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평가와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입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다함께 도시공원 살려요”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공)
지난달 22일 열린 ‘정부의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평가와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입법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다함께 도시공원 살려요”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제공)

[시정일보]민과 관이 함께 마련한 ‘정부의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평가와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입법’ 토론회가 지난달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대표 권태선)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권영진 대구시장),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회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염태영 수원시장),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회장 강필구 영광군의회 의장) 등 지방4대협의체가 함께 주최했다. 그리고 환경운동연합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주관했다.

이번 토론회는 내년 7월 일몰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서울시 면적의 절반이 넘는 도시공원을 지키고자, 지방정부 차원의 의미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지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도시공원 일몰제가 무엇인지, 현재 정부는 어떤 대책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지방정부의 반응은 어떤지, 그리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

 

내년 7월, 서울시 면적 절반 넘는 도시공원 사라질 판

재정 열악한 지방정부에 ‘대책 없이’ 국가사무 떠넘겨

지방채 이자 전액 지원, 일몰제 시행 3년간 유예 촉구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에 따라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 340㎢의 도시공원이 내년 7월이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지방정부가 도·시·군계획시설 상 공원으로 결정한 부지를 집행하지 않고 20년이 지나면 그 효력을 상실하는 제도를 말한다. 2000년 7월 도입돼 내년 7월이면 최초로 시행된다. 이 같은 장기미집행 공원은 지자체가 공원 부지로 지정한 후 예산 부족 등으로 조성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한 미개발공원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후 10년 이상 사업시행이 없는 토지의 사적 이용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도시계획시설 개발행위 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사유지를 공원·학교·도로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2000년 7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도시계획시설 고시일로부터 20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시행되지 않는 경우 20년이 되는 그 다음날에 그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는 ‘장기미집행시설 실효제’가 도입됐고, 내년 7월 첫 시행이 눈앞에 다가온 것.

2017년 말 기준 전국 장기미집행 도시공원(404㎢)은 전체 도시공원 결정면적(약 924㎢)의 43.7% 수준이다.

미집행 도시공원이 발생되는 가장 큰 원인은 도시계획 권한이 재정권이 없는 상태로 지방으로 이양됐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도시공원은 조선시가지계획령에 따라 국가권한으로 지정됐고, 1960년대에도 국가가 도시계획을 주도했다. 그런데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1991년, 정부는 도시계획법을 개정해 도시계획시설 결정 및 변경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했다. 문제는 이 권한이 재정에 관한 권한을 수반하지 않은 채 지방으로 이관됐다는 것. 이후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정부는 도시공원 부지매입예산을 수립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대부분의 도시공원 공급을 민간개발사업을 통한 기부채납에 의존해 왔다. 도시공원은, 국가가 50~70%의 조성비용을 지원하는 광역도로, 철도, 상하수도 등 다른 기반시설에 견줘 볼 때 지원에서 소외돼 왔다.

여기에서 우리는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의 핵심이 바로 시대의 화두인 자치분권·재정분권과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공원이 사라질 위험에 처한 근본원인은, 중앙정부가 중앙의 사무를 지방에 대책없이 떠넘긴 데 있다.

 

도시공원 해제 후 발생할 문제점

미세먼지, 폭염 등 대응방안 없어

국립산림과학원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도시숲은 도심의 미세먼지(PM10)를 25.6%, 초미세먼지(PM2.5)를 40.9%까지 줄인다고 한다. 또 도시공원은 주변지역에 비해 평균기온이 4.5도나 낮아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크다.

도시공원의 해제는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 관점에서 시민이 공평하게 녹지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환경정의란 환경을 이용하는 혜택과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와 책임을 소득·인종·지역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오용준 충남연구원 공간환경연구실장은 “도시공원 서비스권역(700m, 도보 10분) 내 평균 공시지가 차이와 취약계층 인구비율을 보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인구비율이 높은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공원 접근성이 열악하고 재산가치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는 미집행 도시공원이 해제되는 경우 저소득층의 도시공원 이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시공원이 해제되면 사유지에 대한 등산로 폐쇄, 공원시설 무단철거 등의 행위가 발생하고 녹지의 난개발이 이뤄지는 등 도시관리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국공유지 실효 10년간 유예

지방채 이자 5년간 70% 지원

정부는 2018년 4월17일 제1차 부처 합동대책을 내놓았다. 1차 대책의 내용을 보면, 도시공원 중 공법적·물리적 제한과 주민활용도 등을 검토해 우선관리지역(130㎢)을 선별하고, 이 우선관리지역에 대한 지방채 이자를 5년간 50% 지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도시재생 등 국고지원사업과 연계 △임차공원 도입 △도 단위에서 공원예산 지원 가능한 광역도시공원 도입 △시민·기업의 기부로 신탁제도 활용공원 조성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대책에 대해 크게 미흡하다는 지방정부의 지적이 계속됐다.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열악한 가운데, 사유지에 대한 실제 보상비용에 대한 지원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채 이자비용 절반 지원에만 머물렀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여기에다 공원 해제에 따라 땅값 상승 기대가 높아지고 공시지가 상승에 따라 부지 매입단가마저 오르면, 지방정부들은 재원 마련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정부는 2019년 5월28일 제2차 부처 합동대책을 내놓았다. 2차 대책은 1차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던 신규 대책을 포함하면서 1차 대책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내용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체 실효예정 도시공원의 25%(90㎢)에 달하는 국공유지의 실효를 10년간 유예하고 지자체의 관리실태를 점검한 후 10년 후에도 유예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실효가 유예될 국공유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11월 마무리하고 실효 여부를 12월까지 결정한다고 밝혔다.

또 토지은행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토지주택공사(LH) 토지은행에서 부지를 우선 매입, 3년간 비축하고, 이를 지자체가 5년간 분할 상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민간공원 특례사업도 조성이 곤란하거나 지연 우려가 있는 사업은 LH가 승계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원 조성을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에 대한 이자 지원을 앞으로 5년간 최대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의 경우 1차 대책대로 25%를 지원하고 특·광역시 및 도는 70%를 지원한다. 또 도시공원 조성을 위한 지방채는 각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한도 제한에서 제외하는 ‘예외규정’을 적용한다.

아울러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지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도시공원이 실효되더라도 지자체가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면 공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165곳 275㎢가 지정돼 있다.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토지 소유주가 반발할 수 있는 만큼, 토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추가 대책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추진되면, 실효 대상 공원 부지 340㎢ 가운데 우선 관리 지역(130㎢), 실효 유예되는 국공유지(90㎢) 등 220㎢의 부지에 공원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머지 실효 대상 공원부지도, 경사가 급하거나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등의 제약 때문에 일몰제 이후에도 당장 개발이 이뤄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국토부는 봤다.

 

지방정부의 요구와 정책과제

“도시공원은 보편적 환경복지” 인식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을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전체 지자체의 3분의 2 이상이 30% 미만의 재정자립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채 이자만 일부 지원하면서 공원을 지켜 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처장은 “2018년 4월, 2019년 5월 중앙정부가 도시숲을 일몰로부터 구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은 대부분, 일몰 대응 책임을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내용으로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들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조성 보상비의 50%를 국비로 지원하고, 도시계획구역 내 도시공원 조성이 가능한 국유지는 무상으로 지자체에 양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도시공원 조성을 위한 지방채 이자 지원을 전액으로 확대하고, 이자 지원 기간도 현 5년간에서 상환기관 전체로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같은 지방사무인 도로와 상하수도가 최대 80%까지 국비를 지원받는 반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한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대부분이 1970년대 중앙정부가 지정한 후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채 지자체로 이양한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들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중 국공유지에 대한 실효를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일몰 대상지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한다. 국공유지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근거인 사유재산권 침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지금 당장 3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사유재산권 침해를 시정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므로 2020년 7월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방정부는 “헌재의 결정은 사익과 공익의 충돌을 막는 균형 정책과 제도 마련을 요구한 것이므로, 일몰제가 도시숲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씻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몰제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헌재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종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은 “유예 후 즉각 민관 TF를 만들어 재정문제와 입법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에 대한 일말의 해결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도시공원에 투자할 재원의 한계를 감안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조성하는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공원의 양적 균형(효율성)보다는 형평성·역사성·친환경성 등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오용준 실장은 “도시공원이 주민 모두가 공평하게 누려야 하는 보편적 환경복지서비스라는 점에서 공원집행 및 신규 조성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