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일 지소미아를 진정 파기할 것인가
특별기고/ 한일 지소미아를 진정 파기할 것인가
  • 임수환 정치학 박사
  • 승인 2019.11.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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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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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다가오는 22일자로 효력을 잃게 될 위기를 맞았다. 미국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한일간 안보협력을 상징하는 지소미아 연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한국과 일본정부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보상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야기된 불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지난 8월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한 이후 미국 안보관계 지도자들이 보여준 실망감을 보면, 지소미아가 지닌 전략적 가치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한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역시 정경두 국방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 한일간 지소미아 연장을 설득했다. 에스퍼 장관의 설득태도를 뉴욕타임스의 최상훈 기자는 “간청 또는 애원(implore)”이라고 15일자 기사에서 표현했다.

에스퍼 장관은 “한일 지소미아 파기와 한일분쟁의 지속은 평양과 북경만 이롭게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은 한일 지소미아가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중요하다고 본다고 최상훈 기자는 썼다.

미국의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증가하는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억제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역내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한일 양국정부를 설득했다. 일본정부가 먼저 이같은 필요성에 공감하고 2010년 6월 한국정부에게 지소미아 체결을 요청해 왔으나, 한국정부는 국내의 반일여론과 야당의 반대를 고려하며 6년의 시간을 끈 후인 2016년 말에 와서야 협정체결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한일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승만 정부는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일본과의 국교를 회복하지 않았으며, 1965년 한일협정이 체결되고 양국간 경제협력이 급진전되는 시기에도 민족감정의 앙금은 남아서 반일이나 극일이 심심찮게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해 왔다.

미국정부도 오랫동안 한일갈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다. 역내 주요국인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는 것 보다 불화하는 것이 오히려 미국의 역내 입지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로 해서 크나큰 경제적 타격을 입는 사이에,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해서 대미채권 최대보유국으로 등극했을 뿐 아니라 거대한 경제력을 발판으로 첨단무기들을 갖춘 군사력을 키워가게 되었다. 중국을 단독으로 견제하는데 힘의 한계를 느끼게 된 미국은 역내 동맹국들의 힘에 의존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한일간 지소미아를 제의한 것이었다.

한일 지소미아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역내세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 담긴 협정이므로, 그것의 파기는 역내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된다. 세력균형은 전쟁방지를 위한 전략개념이다. 역사문제 보다 더 심각한 사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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