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시공원 일몰 위기, 지방의 목소리 들어야
기자수첩/ 도시공원 일몰 위기, 지방의 목소리 들어야
  • 이승열
  • 승인 2019.11.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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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겨울과 봄은 눈과 꽃의 계절이 아니라 미세먼지와 황사의 계절로 인식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3월은 역대 최고의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덮은 때로 기억될 것이다. 3월5일 세종시의 일평균 초미세먼지는 143μg/㎥이었다. 이는 ‘매우 나쁨’의 기준인 76μg/㎥의 2배 수준이다. 서울시도 하루 평균 농도가 135μg/㎥를 기록해 서울 관측치로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내년부터는 미세먼지가 더욱 심해질지도 모른다. 도심의 미세먼지(PM10)를 26%, 초미세먼지(PM2.5)를 40% 줄인다는 도시숲이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대거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지방정부가 공원으로 결정한 부지를 집행하지 않고 20년이 지나면 그 효력을 상실하는 제도를 말한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10년 이상 사업시행 없이 토지의 사적 이용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도시계획시설 개발행위 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0년 7월 국토계획법이 개정돼, 도시계획시설 고시일로부터 20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시행되지 않는 경우 20년이 되는 그 다음날에 효력이 상실되는 ‘장기미집행시설 실효제’가 도입됐고, 내년 7월 첫 시행이 눈앞에 다가온 것. 이제, 어제까지 멀쩡하던 우리집 옆 공원에 ‘사유지 출입금지’ 푯말과 철조망이 설치되거나 건축공사가 시작되는 일이 현실이 될 것이다.

미집행 도시공원이 발생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정부가 돈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은 중앙정부가 지정했다. 그런데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1991년 정부는 도시계획시설 결정·변경 권한을 지방에 넘겼다. 문제는 이때 재정에 관한 권한을 함께 넘기지 않았다는 것.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는 보상비 등 천문학적인 조성비용을 마련할 수 없었다. 즉, 내년에 서울시 면적의 절반이 넘는 전국 340㎢의 도시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근본적 이유는 중앙과 지방의 재정적 불균형에 있다. 도시공원의 위기는 재정분권의 필요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조성을 위한 지방채 이자 전액은 물론, 보상비의 50%를 국비로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지금 당장 3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에 귀기울여, 환경보전에 기여가 큰 도시공원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