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배기사 노동자 인정 판결, 노동권 보호 적극 필요
사설/ 택배기사 노동자 인정 판결, 노동권 보호 적극 필요
  • 시정일보
  • 승인 2019.11.2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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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배달 플랫폼 종사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국내 처음으로 설립됐다. 법원이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인정한 것이다. 택배기사 일명 플랫폼 종사자로 구분하는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행정 판단이 잇따랐다. 4차 산업혁명으로 근로조건이 대폭 바뀔 것으로 전망되지만 ‘제조업 공장’ 시대에 머물러 있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2017년 고용노동부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에 설립신고필증을 발급하며 ‘노조 할 권리’와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인정한 지 2년 반이 지나서 나온 결과다.

서울시가 인정한 배달 플랫폼종사자의 근로자성은 지난 5일 고용부의 요기요 배달원에 대한 판단과 대동소이하다. 플랫폼 기업과 배달종사자가 체결한 계약이 근로계약에 준하고 플랫폼 업체가 활동 시간, 장소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률검토결과 특수고용자의 성격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택배 종사자들이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단결권까지 보장되는 상황에서 노동법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2차산업의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단결권이 생기면 단체교섭, 단체행동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택배기사의 경우 사용자가 불명확하다. 배달 종사자의 경우 주문한 사람, 음식을 판매한 식당, 이를 연결한 플랫폼 기업 중 누구를 사용자로 보고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지 애매하다. 더구나 노조가 단체행동을 할 경우 플랫폼 기업이 다른 라이더를 쓴다고 해도 부당노동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이 같이 플랫폼 노조 시대에 못 따라가는 노동법은 심각한 현실이다.

플랫폼 노동은 대리운전이나 배달서비스처럼 앱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 디지털플랫폼을 매개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현장을 뒷받침되는 처우에 관련된 법들이 너무나 모호하거나 허점 투성이다.

최근 민주노총의 설문에 의하면 플랫폼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13.7시간(대기, 식사시간 포함) 일하지만, 월평균 순수입은 165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의 고단한 노동 조건을 감안한다면 택배노동자들이 호소한 ‘택배 없는 날’ 캠페인은 공감이 되고도 남는다.

지난 8월엔 이틀만의 휴가를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요지부동이었던 택배회사들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여론이 확산되자 여론에 밀려 예외적으로 휴가를 허락하기도 했다.

정부는 물론 관련 기관, 민노총에 이르기까지, 약자로 구분되는 택배기사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 나아가서 실질적인 노동법의 뒷받침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실은 대기업간의 노동조합, 전교조의 입김만 과하게 강하다. 정작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 택배기사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촘촘하게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