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준 높고 건강한 ‘新노년세대’…노련한 사회선배로
교육수준 높고 건강한 ‘新노년세대’…노련한 사회선배로
  • 정수희
  • 승인 2019.12.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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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고령사회 노인교육에 대한 제언
이달 초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개최된 ‘제27차 노인복지정책 토론회’에서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임춘식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달 초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개최된 ‘제27차 노인복지정책 토론회’에서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임춘식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인복지 전문가들 한자리에 모여 ‘노인교육 과제와 전망’ 논의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유엔(UN)에서는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인 2017년에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2017년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했다. 2년 뒤인 올해,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그 비중은 더 늘어 14.9%에 달한다. 또한, 2025년이 되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을 수용할 일자리나 고용정책, 직업능력개발 정책 등 우리의 대응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그러면서 최근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 및 권익향상을 위한 노인교육 문제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급변하는 사회에 신속하게 적응해 나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포함한 사회활동에 하는 데 있어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고령사회에 대비해 ‘노인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노인복지 전문가들이 모여 현행 노인교육 정책을 검증하고, 나아가 고령사회 도래에 부응하는 생산적인 노인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을 펼쳤다. 최근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와 부산노인대학협의회의 공동주최로 열린 ‘제27차 노인복지정책 토론회’가 바로 그것. 본지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고령사회의 노인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과 노인교육의 중요성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한국교통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허정무 교수는 ‘고령사회의 노인교육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허정무 교수는 먼저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너무 빠른 고령화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쳐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고령화가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지표지만 고령화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고령화에 대해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과 더불어 기대수명도 매년 급속하게 증가함에 따라 실버세대의 복지 또는 삶의 질 측면에서 (재)취업 및 창업 등을 통한 활발한 경제활동 참여가 요구되고 취업욕구 또한 높은 편이지만, 실제 60세 이상 경제활동 참여율은 소폭 증가에 그쳐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기대수명에 비례해 증가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로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대다수 양질의 일자리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디지털 역량이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실버세대의 경제활동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노인정보화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이어 “사회가 노인들의 삶을 조력하고 보호하는 경제적(도구적)·정서적·인간적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노인들에게 정신적인 지원을 보장해주는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노인교육활동으로, 노인들 스스로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찾게 만들어주는 동력이자 세대 간의 연속성을 촉진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노인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빈약하고 불투명하며, 사회적인 편견과 더불어 노인들의 직업능력에 대한 경시현상과 그들의 소통능력에 대한 과소평가가 심각하다”고 그는 꼬집었다.

그의 말을 빌려, 최근 미국에서는 ‘2Y2R’이라는 신고령세대가 미국사회를 주도해나가고 있다. 이들을 ‘신고령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 스스로 다른 사람이 정해준 정년(停年)과는 무관하게 은퇴시기를 결정하고 은퇴 후의 삶을 재창조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too young to retire(은퇴하기엔 너무 젊다)”는 뜻의 2Y2R세대들은 직업과 일상으로부터의 퇴출을 의미하는 은퇴를 거부하고, 오히려 은퇴란 젊은 시절 빼앗겼던 시간과 여유를 되찾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가족부양과 돈벌이 고민에서 해방돼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삶의 르네상스’로 받아들이고, 취미생활이나 자원봉사를 하고 다시 대학에 다니며 인생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금전 문제에 시달리고 경쟁이 치열한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젊은이들보다 연금과 재테크로 경제력도 탄탄한 이들을 위해 미국사회는 여러 가지 사회적 지지세력이나 지원체계를 잘 갖춰놓고 있기도 하다.  

 

뉴시니어(New Senior)를 위한 교육정책 마련해야

허정무 교수는 “노년층의 증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하지만, 미국의 2Y2R세대처럼 과거의 노년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해진 노년층은 지식경제에서 갖는 잠재력을 토대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의존적이고 부정적인 노년상(老年像)에 대항해 노인의 잠재력 개발과 문제 예방을 강조하는 활동적 노화나 성공적 노화 및 생산적 노화와 같은 현대적 노화이론의 관점이 대두됨에 따라, 과거의 노인세대와는 다른 활동적이며 사회참여의 관심과 욕구가 높고 뒤로 물러나는 노년기가 아닌 주체적이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노후의 삶을 설계하고 조정해 나가는 새로운 노년세대의 등장을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나타난 시대를 ‘신노년 시대(New Aging)’라 칭하고, 그 주축이 되는 계층이 ‘뉴시니어(New Senior)’인데 이들의 생산성 유지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 즉 △뉴시니어의 은퇴에 따른 숙련단절 완화를 위한 정책방안 마련 △직무능력에 따른 임금체계로 전환 △지속적인 자기개발을 위한 평생교육체계 구축 및 자원봉사의 활성화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국가 차원의 평생교육정책 속에 노인들에게 최적화된 별도의 교육정책 마련 △새로운 노화 패러다임에 기반한 노인교육과정 개발 △노인교육기관의 통합관리체계 구축 △노인교육기관별 특화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육소외지역에 대한 교육 서비스 제공 등 노인교육 발전을 위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노년층의 인터넷 이용률 및 스마트폰 이용률을 예로 들며 ‘노인정보화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노인교육지원을 위한 법적제도화 촉구

이날 토론에 함께한 학계 및 관련단체 전문가들은 허 교수의 발제에 공감하며 동의를 표하거나 한층 더 점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의견들을 개진해 나갔다.

특히,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이병준 교수는 △사회 전부문의 노인학습 활성화 △중앙정부 차원의 노인교육 활성화 △지역정부 차원의 노인평생교육 체계화 전략 △노인학습망의 활성화를 위한 문화와 여건 조성 등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의 접근 방법을 두루 짚으며 힘을 보탰다.

아울러, 부산노인대학협의회 김만률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노인평생교육정책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교육부 등 관계기관의 법안 및 자료들을 근거로 들며 국회와 정부에 ‘노인교육지원을 위한 법적제도화’를 촉구할 것을 제안했다. 

정수희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