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자기의 이익에만 사로잡혀 분수를 넘어선 결코 안 돼
시청앞/ 자기의 이익에만 사로잡혀 분수를 넘어선 결코 안 돼
  • 정칠석
  • 승인 2019.12.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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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寵利(총리)는 毋居人前(무거인전)하고 德業(덕업)은 毋落人後(무락인후)하며 受享(수향)은 毋踰分外(무유분외)하고 修爲(수위)는 毋減分中(무감분중)하라.

이 말은 ‘은총과 이익에는 남의 앞에 서지 말고 덕행과 사업은 남의 뒤에 처지지 말라. 받아서 누릴 일에는 분수를 넘지 말고 자기를 닦아서 행할 일에는 분수를 줄이지 말라’는 의미이다.

이익만큼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무기는 달리 없을 것이다. 아주 작은 이익에서부터 큰 이익에 이르기까지 아무튼 이익과 연관지어졌다면 그것이 무슨 일이든 간에 벌떼처럼 모여드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어떤 활동이라도 그것이 개인의 이익에 근거를 두지 않는 한 그 기반은 견고하지 못하다고 톨스토이는 말하고 있다. 심지어 그것이야말로 보편적인 철학상의 진리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은총과 이익에 남보다 앞서지 말자는 이야기에 어떤 사람은 말도 안 되는 바보소리라고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 그대야말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다음에도 바보소리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삶을 그만두는 게 좋다. 모든 은총과 이익을 남보다 뒤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대는 그만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대보다 앞서서 이익을 취한 사람의 결과를 그대는 바로 뒤에 서서 발견할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보기 전에 거기 숨겨진 화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지라.

작금에 들어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도입하겠다던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자당의 이익에 사로잡혀 누더기가 되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현재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누더기를 넘어 좌초 위기에 놓인 상태이다.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총선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됐다. 자칫 헌법소원 등을 비롯 정치적 혼란의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하고 야당과 지난 4월 지역구는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75석으로 늘리는 합의안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했다. 그 후 각 정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른바 4+1 협의체에서 250 대 50까지 의견이 모아졌으나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만 준연동형을 적용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결국 사표를 방지하고 시민사회의 이해가 골고루 반영됨으로써 다당제를 통한 협치와 거버넌스를 제고하고자 했던 제도 개정 본래의 취지는 온데 간데 없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지역구 대 비례대표의 비율이 250 대 50이라면 현행 253 대 47과 무엇이 다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이익에만 사로잡혀 결코 분수를 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