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의 권위는 사법체계 최후의 보루다
사설/ 법원의 권위는 사법체계 최후의 보루다
  • 시정일보
  • 승인 2019.12.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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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법정에서 재판부가 공정성을 의심받고 검찰이 공개 도발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법정에서 벌어졌다는데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번 법원과 검찰의 충돌은 최근 사법부의 이념적 편향 시비가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 아닌가 싶다.

문제의 발단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심리로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의 표창장 위조 혐의를 다룬 재판에서 재판부와 검찰이 정면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판사와 검사가 법정이 소란 서러울 정도로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며 언쟁을 벌인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재판부와 검찰의 충돌은 공소장 변경 불허 등 8개 사안을 문제 삼은 검찰의 이의제기 의견서가 발단이 됐다. 이 의견서에는 공판준비 기일에서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은 기각한다. 기록 복사가 늦어지면 보석을 검토하겠다’며 검찰에 경고를 준 데 대한 이의를 표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전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 신청을 기각한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서를 설명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장이 “필요 없다”고 제지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공소장 변경 불허에 대한 검찰 측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공판조서에는 `이견이 없다`고 기재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보석 관련 언급은 누락됐다.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요약해서 정리한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견이 있는데도 없다고 적는 것을 요약정리라고 볼 수는 없다. 재판장이 조서를 철저하게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해친 심각한 흠결이 아닐 수 없으며 재판부 기피신청이라는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검찰이 공개 반발한 것 역시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속셈이 아닌지 우리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검찰은 편파적 재판 진행에 대한 정당한 의견제시라는 입장인 반면, 법원은 판사의 고유한 재판 지휘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재판장과 검사들이 방청객 야유에도 아랑곳없이 10여분 넘게 말싸움을 벌인 처사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번 재판에 대한 어떠한 결과가 나온다고 한들 과연 누가 승복할 수 있겠는가.

재판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과 절차도 천칭저울처럼 공정해야 한다. 그건 재판부만의 몫이 아니라 법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존중하고 지켜야 할 우리 사법체계 최후의 보루라 생각된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사법부 스스로 권위를 신뢰와 공정성을 생명으로 지켜 나갈 때 확보된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