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새해 덕담, 너부터 잘 하세요
시정칼럼/ 새해 덕담, 너부터 잘 하세요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0.01.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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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사자성어의 매력은 심플함이다. 복잡한 상황은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설명이 길어지면 본질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지고, 설명을 듣고 있는 사람도 짜증나고 헷갈린다. 이럴 때 사자성어가 필요하다.

2019년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교수들이 선정했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글자 그대로 ‘목숨을 함께 하는 새’다.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에 질투심을 가진. 다른 머리는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오늘의 한국사회는 마치 공명지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모두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움이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좌우 대립이며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판이 좌우로 나뉜 것은 그렇다고 치고 왜 국민들까지 이들과 함께 나뉘어서 편싸움에 동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오피니언 리더들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보다는 서로 이용하고 분열시키려는 성향과 무관심이 문제다. 이는 국익보다 사익을 위한 정쟁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렇다. '좋다 싫다' '맛있다 맛없다' '맞다 틀리다' 등 획일적 혹은 흑백논리의 영향 때문에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이다. 무엇이 진짜 어목(물고기 눈)이고 진주인지 혼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고자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그 뿌리가 일부라도 제거되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성공과 실패는 하늘에 맡기고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군자는 곧고 바르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무조건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논어 위령공(衛靈公)의 말을 인용하며 특히 사회 지도층은 그 사고와 처사에  합리성과 융통성을 가미할 줄 알아야 하는데.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세간에는 “너부터 잘 하세요”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외눈박이 나라처럼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은 결코 좌나 우편향 외눈박이가 아니다. 정치도, 경제도, 행복도, 국방도, 안보도 이제 그 축이 송두리째 외눈박이로만 갈라지고 있다. 국민들 스스로 자중해야 할 사안이다.

요즈음 한국사회는 이념의 대립을 바탕으로 한 초갈등사회이다. 주말만 되면 서울의 도심에는 소위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시위가 끊어지지 않는다. SNS Network에서는 사실과 거짓이 범벅이 된 기사가 넘쳐나고, 목하 그 기사를 그대로 믿는 세태 속에서 진영 간의 갈등이 언제 해결 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 심지어 양대 진영의 주축사람들 간에는 밥도 같이 먹지를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심각하게 국력을 해치는 분열을 화합으로 엮어낼 가치는 전혀 없는 것인가?

정의로운 국가, 정의로운 국민, 정의로운 경제와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라는 숭고한 가치를, 한갓 선거철의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새해에는 정의의 가치를 드높여 배려, 양보와 대화 위에 서서, 화합하는 국력으로 우리 모두 깨어나야 한다.

이제 부터라도 언론도 ‘가짜뉴스’ 쓰지 말고 정론에 충실하고, 검찰도 ‘조직 지키기’보다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고, 정치권도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민생에 충실하고, 청와대도 ‘변명’하지 말고 국민통합에 충실하고, 공직자도 ‘군림’하지 말고 국민의 ‘머슴’으로 충실한다면, 이토록 국민들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각자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 한다면 사회가 보다 건강할 수 있다.

도처에 나와는 정 다르게 생각하며 사는 이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들을 적대시하고 반목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그들은 항상 적이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때로는 내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들을 용서하고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그게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게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어쨌든 모름지기 균형 잡힌 혜안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한쪽 눈으로 희미하게 보는 것 보다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한쪽 귀로 편향적으로 듣는 것보다는 두 귀로 공평하게 들으며, 한쪽 팔과 손으로 애쓰며 일을 하는 것보다는 두 팔과 두 손으로 수월하게 일을 하고, 한쪽 다리로 절면서 불편하게 걷는 것 보다는 두 다리로 균형을 유지하며 편안하게 걸어가면서 아름다운 이 세상을 더불어 살아갈 수는 없을까?

한남대학교 명예교수(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