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지난 과실을 뉘우치는 것으로 다가올 잘못을 경계해야
시청앞/ 지난 과실을 뉘우치는 것으로 다가올 잘못을 경계해야
  • 정칠석
  • 승인 2020.01.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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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圖未就之功(도미취지공)이 不如保已成之業(불여보이성지업)이요 悔旣往之失(회기왕지실)이 不如防將來之非(불여방장래지비)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을 꾀하기보다 이미 이루어 놓은 일을 잘 보전하라. 지나간 과실을 뉘우치는 것으로 다가올 잘못을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영국의 격언에 사람은 과실의 아들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과실을 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인간의 태어남 그 자체가 과실에서 비롯됐다는 말일 수도 있다. 우리들의 살고 있는 주변을 살펴보면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많은 과실을 범하며 사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법이란 것이 만들어지고, 다시 형벌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으며, 거기에 양산된 죄수 혹은 전과자 등이 만들어졌다. 다시 말하면 어쩌면 법이란 것이 만들어진 자체가 과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숱한 생각을 하는 중에서 때로는 잘못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저지르는 과실 중에서 가장 큰 과실이 자기 자신의 과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일 것이다. 가장 좋은 술에도 찌꺼기가 있는 것처럼 가장 성실한 사람의 삶 속에서도 쓰레기는 있을 수 있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듯 과실에 대한 뉘우침도 있지만 재활용 할 수 있는 뉘우침의 과실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자양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작금에 들어 한진가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라는데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한진그룹 일가는 각종 갑질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왔다. 장녀 조 전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구속된 바 있으며 둘째 딸 조 한진칼 전무는 ‘물컵 갑질’, 이 고문은 ‘패대기 갑질’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또한 조 회장도 인하대 부정입학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제적 처분을 받았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으면 공인으로써 매사에 더욱 자중자애하며 선대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끄는데도 모자랄 판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체 경영권을 놓고 가족 간 막장극을 벌이고 있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한진가는 32개 계열사에 재계 13위 그룹으로 3만여명의 종업원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 자칫 수많은 직원의 일터를 위태롭게 하고 국가 경제에도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이처럼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기업이 총수가 집안 문제로 좌지우지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 공인으로서 자중자애하며 똘똘 뭉쳐 불확실성의 시대에 다가올 세파에 냉철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했으면 싶다.

분열과 갈등을 접고 성장과 평화의 새해를 맞자

경자년 첫 아침의 마음가짐이 마냥 가볍지 않다.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나 엄중한 탓에 쉽사리 장밋빛 꿈을 꾸기 쉽지 않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아침, 품었던 많은 희망의 실현은커녕 다사다난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시민의 마음은 한숨속의 한해를 보냈다. 나라경제는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 또한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이런 마음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 하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다. 높은 산도 내리막이 있다. 새해 첫 아침 또 다른 꿈을 꾸어야 한다.

새해를 맞는 시민 대다수의 절실한 희망은 역시 민생 문제다. 문재인 정부 3년 차를 맞은 지난해 우리 경제는 안정세를 찾기는커녕 더욱 내리막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 목표치를 2.6~2.7%로 제시했지만, 2.0% 달성도 어려운 실정이다. 수출은 12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기업들의 투자는 위축됐다. 하반기 들어 고용지표가 다소 개선됐다고는 하나, 막대한 세금을 들인 공공일자리 증가 외엔 실속이 없다는 비판이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내수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등 곳곳에서 난맥상을 보였다.

경자년 새해, 문재인 정부는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겠다는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정부 또한 이런 절박함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민간·민자·공공 3대 분야에서 100조원을 투자, 성장률을 2.4%로 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경제 활성화가 뜻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실행력으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주어진 시간이 절반을 넘어섰다. 더는 정책에 혼선을 빚어서도 안 된다.

외교 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초만 해도 순조로운 듯했던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은 2·28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실마리를 찾아 가는가 했더니, 이어진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다. 급기야 북한은 ‘연말 시한’을 제시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한 시험’을 두 차례나 강행해 위기감이 고조됐다. 북한이 미국에 위협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비록 가시화하지는 않았지만, 북핵 협상은 끝내 해를 넘기고 말았다.

강제징용 문제에서 비롯된 일본의 수출 규제 갈등도 진행형이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했다. 지난달 양국 정상이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에 공감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새해 실타래처럼 꼬인 이들 외교 안보 난제를 푸는 데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아무리 지난한 협상이 예상되더라도 결코 과거로 돌아가서는 될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한국이 국외자가 되지 않고 북미 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중재자 역할에 비장한 지혜도 펼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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