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원순 시장의 경자년 신년사
기자수첩/ 박원순 시장의 경자년 신년사
  • 문명혜
  • 승인 2020.01.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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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myong5114@daum.net

 

[시정일보]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자년 신년사가 발표됐다.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문화군주로 꼽히는 세종대왕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세종문화회관에서 2일 열린 시무식은 공연과 문화가 함께 한 ‘Ted 강연’ 스타일로 진행됐고, 신년사는 행사 2부의 주요 부분을 차지했다.

천만시민에 대한 인사와 덕담, 올해 서울시정 계획과 포부를 담은 신년사는 전에 없는 강렬한 어조로 듣는 이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대전환의 길목에서 공정한 출발선, 서울시가 보장합니다’ 라는 제목의 신년사는 박원순 시장의 격정적인 현실인식과 해법을 담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4000불의 잘사는 나라의 청년들이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를 전전하며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참담한 현실을 토로하고 이를 바로 잡는 해법을 제시한 게 신년사의 주요 내용이다.

박 시장은 소득불균형과 자산격차가 대물림되고 불평등과 불공정의 폐해가 임계점에 다다라 근본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더는 희망이 없다는 다수 시민의 절망감을 대변했다.

이번 신년사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가난한 사람은 송곳 꽂을 땅도 없다’는 삼봉 정도전의 어록을 인용한 대목이다.

고려말 소수의 권문세족들의 약탈적 탐욕을 일거에 잠재우고 농민들에게 토지를 무상 분배해 한반도 역사상 가장 성공한 혁명가로 꼽히는 삼봉의 정치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것을 숨기지 않았다.

청년수당 대상자를 10만명으로 늘리고 청년 4만5000명에게 열달 동안 월세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구체적이기도 하거니와 박 시장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해 공공의 부동산을 늘리고 이를 청년들과 신혼부부, 시민들에게 싼값으로 공급하도록 중앙정부 자치구와 협력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원순 시장의 경자년 신년사가 10년 전에 발표됐다면 ‘과격한 좌파적 주장’이라는 비난이 비등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상복지론자들의 세력권이 점점 확대돼 전국 대부분의 지방정부를 이끌고 있는 지금 신년사에 대해 이렇다할 거부반응이 없는 것은 박 시장의 현실인식에 시민다수가 공감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자는 새삼 ‘상전벽해’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