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표현된 협치내각
사설/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표현된 협치내각
  • 시정일보
  • 승인 2020.01.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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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음 총선이 지나고 야당 인사 가운데 내각에 함께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그런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느 정권보다도 분열이 가중된 시점에 ‘협치내각’ 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내각에 함께 갈 수 있는 분이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는 표현은 의미가 크다.

협치내각은 협치를 위한 야권 인사의 입각을 뜻한다. 여야가 권한을 나눠 갖고 초당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거국내각',은 의원내각제에서 흔히 이뤄지는 ‘연정'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문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 동력을 살려 나가기 위한 복안 중 하나로 협치내각을 제시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전체 국정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에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치내각과 관련한 구체적인 구상의 일단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는 모두가 같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이 협치를 염두에 두고 여야가 함께 가는 정치를 언급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후반을 넘어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 비교적 높은 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주말이면 분열의 목소리가 광장을 덮고 있다.

과거의 분열은 여론의 지표였다면 현실의 분열은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 문 대통령이 현실인식을 같이 한다는 것은 국민 분열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미 야당에 협치내각의 의견을 보였다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분들이 기존 당적을 그대로 가지고 기존의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함께 해도 좋다고 제안했지만, 내각에 합류하면 자신이 속한 기반 속에서는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현실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협치내각 구성에 있어 애로를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협치내각의 운을 띄운 것은 임기 반환점을 지난 상황에서 각종 국정과제를 원활하게 추진하려는 의지와도 맥이 닿아있다.

협치내각에 있어 야권 인사들에게 입각 제안을 하게 되면 정부의 국정철학에 폭넓게 발을 맞춰야 하는 자리보다는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일선 장관자리가 고려될 것이다.

다만 여야가 경제 사회 분야 주요 정책이나 쟁점이 첨예한 현안에 대해 큰 틀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면 협치내각은 어렵다.

협치내각을 보는 야당의 시선도 좀 더 폭을 넓혀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만을 보고 협치를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미 선진 여러 나라에서는 협치내각의 선례와 성공사례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정치도 차제에 정치의 폭과 시야를 넓혀가는 기회를 만들기 바란다. 진영논리의 관습을 벗어던지는 결단의 정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