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10년째 얼굴없는 천사 선행
성북구, 10년째 얼굴없는 천사 선행
  • 문명혜
  • 승인 2020.01.2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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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남몰래 매년 쌀 300포씩 보내, 소외이웃 도와
이승로 성북구청장(좌측)과 기동민 국회의원(우측)이 얼굴없는 천사가 보낸 쌀 300포를 주민센터로 옮기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좌측)과 기동민 국회의원(우측)이 얼굴없는 천사가 보낸 쌀 300포를 주민센터로 옮기고 있다.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성북구(구청장 이승로)에는 새해 초부터 10년째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11년부터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 20kg 포장쌀 300포를 시작으로 매해 신년 초면 같은 분량의 쌀을 보내 온 것.

경자년인 올해도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와 함께 몇일전 새벽 쌀을 보내 왔다.

얼굴 없는 천사가 지난 10년간 보내 온 쌀은 총 3000포, 쌀 무게 600톤, 시가 1억 8000여만원에 이른다.

올해는 얼굴없는 천사의 쌀 나눔이 시작된지 10년이 되는 해인 만큼 천사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까 기대하던 주민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두해의 이벤트로 예상했던 월곡2동 주민센터 직원들도 10년 동안 천사의 미담이 이어지자 감동을 넘어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올해도 쌀을 보낸다”는 소식을 접한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새벽부터 월곡2동 주민센터 앞에서 쌀 차를 기다렸다 주민들과 함께 쌀을 나르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쌀 나르기엔 기동민 국회의원, 공무원, 군인, 경찰, 주민 등 100여명이 함께했다.

쌀을 이고 진 이웃끼리 새해 덕담과 응원을 주고 받으며 잔치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얼굴 없는 천사를 따라 나눔을 실천하는 주민도 늘었다. 쌀과 금일봉은 물론 맞춤형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어 기부하기도 한다.

인근 동아에코빌 아파트 주민들은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공방을 통해 어르신 맞춤형 생활소품을 만들어 드렸다. 좁은 집에서 활용도가 높은 소형 소반, 싱크대용 발받침 등이 인기가 높다.

지역 어르신도 뭉쳤다. 구립 상월곡실버센터 이용 어르신 100명은 1인당 1만원씩 마음을 모아 성금 100만원을 보탰다.

‘100인 어르신 1만원 나눔’에 참여한 한 어르신(76세, 월곡2동)은 “동네 독거노인 대부분이 천사가 보낸 쌀을 받는다”면서 “마을의 모범이 돼야 하는 고령자로서 천사처럼 작은 행복이라도 나누기 위해 지역 노인 100명이 1만원씩 모으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종종 현장에서 만난 소외이웃들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이 견디기 힘들다며 호소할 때가 많다”면서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소외 이웃에게 마음 따스한 이웃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줄 뿐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천사의 뜻을 더욱 잘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