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실현되는 것은 결국 국운이다
특별기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실현되는 것은 결국 국운이다
  • 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 승인 2020.01.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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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시정일보] 시중에 40년 전의 10·26 관련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모든 것이 생생하다. 10·26은 역사의 필연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자신도 악업(惡業)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3선 개헌까지는 몰라도 시월 유신과 뒤이은 긴급조치 통치는 스스로 풀 수 없는 악마의 사슬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싸움이 가관이다. 윤 검찰총장이 추 장관이 임명한 중앙지검장에게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하라고 세 번이나 지시했는데 불복하자, 윤 총장은 검사장을 거치지 않고 기소하도록 했다. 이것은 검찰청법에 적법하다. 이 요상한 행태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두고 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우리 총장님’이라고 각별한 신임을 표했는데 일이 묘하게 되어간다. 추 장관이 무리한 일을 벌이는 것은 차지철을 연상케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차근차근 무너뜨리고 있는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것은 박 전 대통령 개인으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인격이 파괴되고, 이는 국정 파탄으로 이어졌다. 야당 대표 김영삼을 국회에서 제명토록 하자 부마사태가 발생하고 결국 10·26으로 폭발한다. 육영수 여사 서거 후 박 전 대통령이 대권을 김종필에 넘겨주고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우국지사가 있었다. 이 엄청난 생각을 박 전 대통령에 설득하는 데는 야당 대표 박순천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함석헌, 천관우 등은 박순천과 상의할 수 있는 우국지사였다. 이들은 김대중 등 정치인과는 질이 다른 지사(志士)였다. 현실적으로 이 우국지사의 생각은 시도도 되지 않았고 박전 대통령의 질주의 결과는 파멸이었다.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일이 실현되는 것은 결국 국운이다.

일본은 하늘이 내린 국운이 있었다. 명치유신에서 유신(維新)을 주도한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 등의 공이 크다고 이야기하지만, 250년 전 도요토미 가문과 도쿠가와 가문의 오오사카성(大阪城) 싸움과 같은 피바람이 벌어지지 않고 왕정을 복구하고 판적(版籍)을 봉환(奉還)한 것은 쇼군(將軍) 도쿠가와 요시노부였다.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와 유신을 일으키는 지사를 연결시킨 우국지사들의 이야기는 일본사에서 되풀이되는 감동이다. 우리 청소년도 익히 보는 역사소설 <료마가 간다>가 그 대표다.

이대로 가면 김정은은 파멸이다. 무엇보다도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생히 보여주었다. 북한의 생사를 조이는 것은 하늘을 맴도는 미국의 전폭기가 아니다. 온 세계가 옥죄고 있다. 김정일은 김정은이 핵으로 미국을 상대하도록 만들어주었다. 북한 핵의 효용은 여기까지다. 핵을 내려놓고 살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말이라도 꺼낼 수 있는 것은 스위스에서 같이 유학한 동생 김여정뿐이다. 김정은은 아내 리설주에게도 못하는 말을 김여정에게는 할 수 있다.

금년 중으로 외화보유가 바닥이 드러난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막대한 돈이 쏟아져 들어간다. 중국에 십시(十匙)에 일반(一飯)을 구걸할 필요도 없다. 김일성이 핵을 시작하고 김정일이 핵을 보유했다면, 김정은은 핵을 버려야 한다.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김여정뿐이다.

경자년 새해에 궁즉통(窮則通)의 대운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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