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깨는 서울의 개혁
‘철밥통’ 깨는 서울의 개혁
  • 시정일보
  • 승인 2007.03.2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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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희 기획취재국장

서울시를 기점으로 공무원 퇴출시스템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퇴출대상 뿐만 아니라 이들을 골라 내야 했던 간부들까지 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어 시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퇴출대상자 선정 기준이 모호해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철밥통’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환영하고 있다.
작년 7월 대구시에서 시작한 지자체 공무원 인사제도 혁신바람이 올해로 울산을 거쳐 중심도시인 서울 등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를 포함 일부 정부 부처까지 합하면 20개를 훌쩍 넘는다.
서울시는 4월부터 능력이 떨어지고 불성실하고 무능력한 공무원 3%(240여명, 5급이하)를 추려내 6개월간 담배꽁초나 불법 노점상 단속 같은 단순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그후에도 업무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3개월간 대기발령 조치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직권면직하겠다는 것이다. 서초구의 경우 하위직 공무원들이 상향평가를 통해 일 안 하는 4~5급 국·과장을 추려내고 이들은 단순업무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마포구 역시 직무태만, 능력부족 공무원을 ‘특별관리대상’으로 해서 민원인과의 접촉이 많은 부서에 4~5개월 근무시키기로 했다. 특별관리대상으로 세번 선정되면 직위해제가 된다. 경기, 경남, 전남도와 광주시, 서울 영등포구, 송파구, 서대문구, 경기도 의왕시 등도 비슷한 인사개혁을 할 태세다.
현 정부들어 공무원 수는 4만8499명 늘어 95만4590명이 됐다. 한번 공무원이 되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파면되지 않는 한, 공무원직에서 쫓겨나지 않는다. 요즘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100대 1이 넘는다. 그동안 사오정(45세 정년) 시대에 정년 걱정없이 편안히 월급 받을 수 있는 직업으로 제일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정년 후에도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고 있다.
‘공무원 철밥통’을 깰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두가지 조항이다. <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 3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를 직위해제할 수 있다’고, 동법 제62조는 ‘직위해제된 자가 능력이나 근무성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때 임면권자가 직권면직시킬 수 있다’고 돼있다. 서울시는 ‘무능 공무원’을 현장시정추진단에 보내 6개월간 청소같은 허드렛일을 시킨 뒤 개선기미가 없으면 직위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직위해제된 이들에게 보고서 형식의 ‘개인과제’를 준 뒤 만족스럽지 않으면 면직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퇴출 후보자를 골라내는 객관적 기준이나 평가시스템이 없는 것이 제도 운영의 가장 걸림돌로 지적된다. 서울시 모 과장은 “평소 일을 하면서 누가 조직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없느니만 못한지 누구나 알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칼’을 쥔 국·과장과의 친소관계 등 주관적 평가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는 팀이나 프로젝트별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민간기업에서와 같이 뚜렷한 수치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공무원 근무성적·성과평가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으면 퇴출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와 평가시템으로 걸러내지 않으면 인간관계나 줄서기 등 정치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공직사회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환영하고 있다. 이제 공무원사회도 ‘철밥통’이란 인식을 깨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로 조성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