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의 이상한 국제화 전략
노원구의 이상한 국제화 전략
  • 시정일보
  • 승인 2007.03.2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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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가 지난 30일자로 옥외광고물, 즉 ‘간판에 외국어를 병기’하도록 고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고시에 따르면 5월1일부터는 노원역과 월계동 국제외국인학교 주변 등 의무화지역 2곳은 신규 및 변경간판은 반드시 외국어를 같이 표기해야 하고, 기존간판은 2회에 한해 연장승인을 처리하되 보완개선을 유도한다. 동일로와 월계로 등 간선도로와 광운대 등 대학가 4곳 등 11개 권장지역은 외국어를 병기하도록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한다고 명시했다.
노원구민들은 이런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글문화연대’ 홈페이지에 노원구민이라고 밝힌 사람은 “8년 동안 노원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외국인이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왜 간판에 영어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원구 홈페이지에도 노원구청을 비판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박 모 씨는 “영어병기는 사대주의에 젖은 언어식민지”라며 “한글의 아름다운 글체로 노원구를 꾸밀 때 외국인은 우리를 더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 아무개 씨는 “프랑스는 간판에 영어를 쓰면 철거하고, 인사동의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글로 쓰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노원구 관계자는 “올 8월 들어설 월계동 국제외국인학교 학생 등 외국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국제화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이다”면서 “의무화지역도 한글표기를 원칙으로 정해 외국어표기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했다”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통표지판 등에도 외국어를 혼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번 논란이 된 고시는 구청장방침으로 정해졌다. 지역이미지 개선을 위해 ‘문화의 거리 등 상권지역에 영문표기를 검토하라’는 지시에 따라서다. 그러나 영문표기 간판이 도시미관을 높이고 지역이미지를 개선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우후죽순 난립한 간판을 정비하고 낯 뜨거운 문구의 불법광고물을 정비하는 게 과제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대다수 노원구민이나 지역상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상인들은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어려운데도 평균 200만원이 넘는 간판을 새로 달아야 할 형편이다. 노원구의 이상한 국제화전략이 이상할 뿐이다.

方鏞植 기자 argus@sij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