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도 걱정됐지만…저장강박 가구 청소 팔 걷어
신종 코로나도 걱정됐지만…저장강박 가구 청소 팔 걷어
  • 정수희
  • 승인 2020.02.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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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희망복지지원단’ / 저장강박 가구 주거환경 개선 ‘호평’

 

지난 1월30일 저장강박 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용산구 공무원 및 자원봉사자들 모습.
지난 1월30일 저장강박 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용산구 공무원 및 자원봉사자들 모습.

민간 참여 최소화, 공무원 마스크 투혼

지속적 모니터링, 정신건강상담도 연계

 

[시정일보 정수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청소를 좀 미룰까 했어요. 근데 지금 여기 난방이 안 되거든요. 공사 전에 꼭 청소를 해야 해서 우리 직원들이 우선 현장에 나왔습니다.”

지난 1월30일 저장강박 가구 주거환경 개선에 나선 박영란 용산구 희망복지팀장의 말이다.

용산구가 ‘저장강박 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작업은 청파동에 있는 이영식(가명)씨 집에서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구에서 대부분의 활동을 축소·연기하는 상황이지만, 박영란 팀장은 이번 주 영하의 날씨가 이어질 거라는 예보에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단, 평소 작업을 주로 해오던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최소화하고, 참여자들 모두 마스크를 낀 채로 작업하도록 했다.

구청과 동주민센터 소속 공무원 11명과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자원봉사자 3명 등 작업 참여자 14명은 이씨가 모아둔 잡동사니, 쓰레기, 오래된 가전제품, 쓰지 않는 물건들을 차곡차곡 집밖으로 꺼냈다. 골목길 한쪽이 금세 쓰레기로 가득 찰 정도였다.

이날 참여자들은 2시간여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일부는 방, 일부는 부엌, 일부는 냉장고와 화장실을 맡아 청소했다. 어두웠던 집안이 조금씩 밝아져갔다. 물건이 줄어든 만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전에 없이 넓어졌다.

이씨는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고 “그동안 짐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둬서 불편했는데, 이제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김진억 주임은 “대상자분이 사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참여소감을 밝혔다.

이날 작업은 용산구 복지정책과 내 희망복지팀 소속 ‘희망복지지원단’이 주관하는 ‘통합사례관리’ 서비스 중 하나다.

통합사례관리란, 경제적 혹은 정신적인 위기가구에 복지·보건·고용·주거·교육 등을 망라해 맞춤형 서비스를 연계·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으로, 구가 수년째 수행해 온 대표적 민·관 협치 모델이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복지플래너가 현장을 방문해 위기가구를 확인하면, 구 희망복지지원단이 사례관리 및 대청소 등을 이어간다.

구는 지난 2016년부터 ‘위기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해 총 18세대를 도왔다.

청소 작업 외에도 구는 신청자에 한해 저장강박 치료를 위한 정신건강 상담, 모니터링, 방역(소독)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박 팀장은 “저장강박 가구의 경우 설득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며 “특히 본인 스스로 복지·고용·주거 등의 문제 해결을 못하는 대상자의 경우 복합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치료가 필요한 독거어르신 가구의 경우 발견 시기를 앞당기고 악화되기 전에 재가치료 또는 시설입소를 돕는 등 공공자원과 민간자원을 적절히 활용해 대상가구에 꼭 필요한 지원을 펼쳐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는 지난해 홀몸어르신, 청장년1인가구 등 312가구를 대상으로 사례관리 업무를 시행해 이 중 고난도 사례관리 대상자에게 환가액 8400만원 상당의 서비스를 제공·연계한 바 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주거지에 쓰레기,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저장강박 위기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 개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어려운 이웃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정수희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