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생충’ 한류의 새로운 시대, 기폭제로 삼아도 좋다
사설/ ‘기생충’ 한류의 새로운 시대, 기폭제로 삼아도 좋다
  • 시정일보
  • 승인 2020.02.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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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미국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거머쥐었다. 할리우드 밖에서 만든 비(非)영어 영화가 첫 작품상을 받음으로써 92년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한글로 만든 한국의 영화가 세계의 화이트칼라들에게 감동을 주고도 남았다는 쾌거는 크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자신의 SNS 계정에 “축하합니다“라고 한글로 축하 글을 남겼다. 그는 봉준호 감독과 출연진에게 ”역사적이고 기대되는 승리였다.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친한파라고 자처하는 뮤지션 트로이 시반은 ”봉 감독이 나를 울게 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모델 지지 하디드는 ”봉 감독 덕분에 행복했고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부터 대선주자까지, 전 세계가 봉 감독의 <기생충>에 열광하고 있다.

64년 만에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고, 아시아 최초로 각본상을 받은 것도 신기록이다. 전 세계 각종영화제에서 127개 트로피를 들어올린 데 이어 아카데미에서 화룡점정을 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 영화시장의 문호는 열면 열수록 경쟁력이 커졌다. 2006년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수)가 축소(연간 146일→73일)되자 영화인들은 “한국영화에 조종(弔鐘)이 울렸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탄식은 오히려 다른 시작을 알렸다. 인재와 자본이 한국의 할리우드인 충무로로 몰려들면서 1000만 영화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자국의 영화가 50%가 넘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은 한 사람의 영광이 아니다. 한국인 모두의 프라이드다. 영화 극중에 나오는 ‘돼지쌀수퍼’는 마포구 손기정로에 있다. 그곳에 사는 시민들은 자족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종로구 자하문로에 있는 ‘자하문 터널계단‘은 영화속에서 궂은 날씨로 캠핑을 취소한 박 사장(이선균) 가족이 집에 돌아오자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도망을 쳤던 장소다. 이러한 영화 속의 장면들은 시민의 삶속에 고스란히 자랑스러운 공간이 되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관계자는 “이 코스에서 따로 관광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촬영지의 이야기를 담아 관광코스로서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빛나게 하고 가꾸는 것은 새로운 한류의 기폭제다.

이미 한국의 케이팝은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한글을 익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인들은 <기생충> 자막에도 거리낌 없이 한국의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제1의 한류문화 물결이라면 2020년 한국문화는 제4의 물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미래의 먹거리는 문화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예술의 품격은 우리가 우리 것의 품격을 높일 때 커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