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장난삼아 하는 일이 만길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시청앞/ 장난삼아 하는 일이 만길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 정칠석
  • 승인 2020.02.2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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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欲路上事(욕로상사)는 毋樂其便(무락기변)하여 而姑爲染指(이고위염지)하라 一染指(일염지)하면 便深入萬 (변심입만인)하리라 理路上事(이로상사)는 毋憚其難(무탄기난)하여 而稍爲退步(이초위퇴보)하라 一退步(일퇴보)하면 便遠隔千山(변원격천산)하리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서 ‘욕정에 관한 일은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잠시라도 가까이하지 말라. 한 번이라도 가까이하면 만길 구렁으로 떨어지고 만다. 도리에 관한 일은 어렵다 하더라도 뒤로 물러서지 말라. 한번 물러서면 천 굽이의 산처럼 멀어진다’는 의미이다.

베르나노스는 그의 작품 <어떤 시골신부의 수기>에서 욕정은 인류의 옆구리에 입을 벌리고 있는 신비한 상처라고 했다. 인간에게만 있는 욕정과 양성을 접근시키는 욕망을 혼돈하는 것은 종기자체와 종기가 나서 무서우리만큼 종기의 모양이 흉하게 돼 모양을 닮게 되는 수가 있는 부위를 혼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사회는 부끄러운 상처를 감추기 위해 예술의 온갖 매력적 도움을 빌어 굉장히 애를 쓰지만 죄에 대해서 얼마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정이 그 기생적인 생장작용과 그 추악한 번식으로 끊임없이 생식력으로 질식시키려 든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욕정이야말로 우리 인류의 모든 결함의 근원이며 원리라고 못 박고 있다.

작금의 엄중한 시기에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들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검경이 수사 중인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 및 개인정보 유포사건이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난삼아 하는 이런 행위들이 병원과 관공서 업무를 마비시키고 방역 대응이 늦어지는 등 상상 이상의 피해를 안기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모두가 감내해야 하며 때론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게도 한다. 이번 사태로 특정 국가와 지역, 종교 등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중국인을 무조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특정 지역을 오염원으로 폄훼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편가르기 하며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킬 뿐이다. 이들 역시 코로나19의 피해자이며 위로와 응원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는 것은 결코 안 된다.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