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먹는 간호사에게 힘 되고 싶어요”
“컵라면 먹는 간호사에게 힘 되고 싶어요”
  • 이승열
  • 승인 2020.03.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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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당2동 뇌병변 기초수급자, 코로나19 의료진 위해 쌈짓돈 2백만원 기부
코로나19 의료진을 위해 200만원을 기부한 행당2동 선우○○씨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텔레비전을 보는데 코로나 환자 때문에 지친 간호사들이 컵라면을 먹는 거에요 그냥 너무 도와주고 싶어서요”

성동구 행당2동에 사는 선우○○씨(60)가 지난 4일 휠체어를 탄 몸을 이끌고 동주민센터 문을 열고 들어왔다. 행당2동 조유진 주무관은 그의 방문에 놀라 일어서며 이유를 물었다. 그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기초수급자로, 행당2동에서 14년 넘게 관리하고 있다. 

선우 씨는 띄엄띄엄 말문을 열었다. “간호사들 도와주러 왔어요. 저도 기초수급자로 도움 많이 받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분들한테 도움 많이 받았는데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고 텔레비전에서 그러네요.”

그는 그간 모아둔 200만원을 코로나19로 힘들게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위해서 내놓았다. 그의 형편을 아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봉투를 건네며 부랴부랴 동주민센터를 빠져나갔다.

조 주무관은 “얼마 전에는 이름도 밝히지 않으시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달라며 100만원을 주고 가신 분도 있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주민들이 쌈짓돈이라도 모아서 주민센터에 가져오시니 너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동은 이 성금을 코로나19 종사자와 피해를 입은 저소득 주민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성동구에는 주민과 지역 기업체들의 코로나19 관련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장동 주민은 구의 방역활동 및 마스크 배부에 감사해 하며 300만원을 기부했다. 또  마스크 대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지역 내 기업체들이 마스크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정원오 구청장은 “재난은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지만 우리가 힘을 모으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재앙만은 아니라는 걸 주민들을 통해서 배운다”며 “성동구도 이런 주민들을 지키고 함께 어려운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