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매사를 분명히 해야 두려움이 없어
시청앞/ 매사를 분명히 해야 두려움이 없어
  • 정칠석
  • 승인 2020.03.12 10:00
  • 댓글 0

[시정일보] 遇故舊之交(우고구지교)면 意氣要愈新(의기요유신)하며 處隱微之事(처은미지사)면 心迹宜愈顯(심적의유현)하며 待衰朽之人(대쇠후지인)에는 恩禮當愈隆(은례당유륭)이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서 ‘옛 친구를 만나면 의기를 더욱 새롭게 하라. 비밀한 일을 당하게 되면 마음을 더욱 분명하게 하라. 노쇠한 사람을 대할 때는 은혜와 예우를 더욱 융성하게 하라’는 의미이다.

비밀은 언제나 홀로이기를 원한다. 자기 자신에게까지도 철저히 비밀이기를 바라는 것만큼 홀로이기를 원한다. 남에게 알려지기를 두려워하는 감정이 있는가 하면 또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남에게 알려지기를 두려워하는 것들은 비교적 옳지 못한 일들에 속하는 것들이 많다. 선행일수록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가 행한 선행이란 것도 자신은 할 일만 했을 뿐인데도 사람들이 선행이라 일컬어 주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다. 부끄러움이란 감정은 언제나 그 바탕을 양심에 두고 있다. 비밀스런 일이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면 두려운 것들이다. 비밀스런 일일수록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기침과 사랑과 불꽃과 걱정거리는 오래 숨겨둘 수가 없다는 말처럼 분명히 하라. 비밀한 일을 드러내 놓으면 그 확실함 때문에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 아름다움을 선택하라.

작금에 들어 여당이 사실상 비례용 정당 참여를 추진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막고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을 확대한다고 국민에게 공언한 선거법이 결국은 선거도 한번 시행하기 전에 누더기가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앞세운 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하는 현실에서 마냥 손 놓고 당할 순 없다는 여당의 절박한 심경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그간 국민에게 한 공언은 무엇인지 먼저 해명과 사과가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선거에 불리하다고 비례정당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으며 이렇게 하려고 지난해 ‘4+1협의체’가 선거개혁을 명분으로 제1야당까지 배제하고 선거법 개정을 강행 온통 나라를 시끄럽게 했단 말인가.

정치는 꼼수가 아닌 대의명분이 분명해야 한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원칙과 명분을 지켜 진정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민심을 얻는 게 정치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