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범람하는 미디어 시대 ‘말에 대한 경고’
한권의 책/ 범람하는 미디어 시대 ‘말에 대한 경고’
  • 이지선
  • 승인 2020.03.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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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시인 세 번째 시집 '미지의 흰 새 알바트로스' 출간

 

[시정일보] KBS라디오제작센터장을 역임한 김선옥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미지의 흰 새 알바트로스>가 출판돼 화제다. 새파란 하늘을 연상케 하는 겉표지 색에는 이 책의 묵직한 내용을 안내라도 하듯 흰 새가 높이 자리 잡고 있다.

시인은 감수성이 참으로 풍부한 사람이다. 그가 써내려간 시를 읽으며 표현력과 묘사된 구절에 마음을 뺏긴다. 진한 감동과 사랑이 전해진다.

유자효 시인은 해설 <시대에 던지는 말에 대한 경고>에서 김선옥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가장 돋보이는 시로서 <말>의 연작을 뽑았다.

/말이 살해되었다. 칼보다 힘세다고 호통 치다가 암살당한 말의 시체더미/

/우리의 말을 누가 죽였는가?/

/빗나간 말이 칼날이 되어 심장을 꿰뚫고/ 빗나간 말이 총알이 되어/ 원통한 이의 목덜미를 관통한다/ (중략)

그는 SNS의 개인 미디어가 득세하고 있는 시대 변화 속에 경계해야 할 현상이 무책임한 말, 가짜 뉴스 등이라며 김선옥 시인의 ‘말’과 관련한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시인인 샤를르 보들레르의 시 <알바트로스>를 소개하며 김선옥 시인이 바라본 <알바트로스>와 비교했다.

바보새 알바트로스는 /폭풍이 몰아치면 바람 끝에 올라 타 하늘로 솟구치는/ 용맹스런 새다. /짙푸른 창공을 날며 아래를 굽어보는 꿈과 욕망이/창창한 새다. (중략) 그러나 내릴 육지가 없는/ 외로운 새다.

알바트로스에 자신을 투영시켜 보는 시선은 보들레르와 김선옥 시인이 닮았다. 그러나 김선옥 시인은 알바트로스의 용맹함, 창창한 꿈과 욕망에 조금 더 방점을 찍는다는 점이 두 사람의 차이라면 차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고독한 존재로서의 시인임을 자각하면서 이 시는 끝맺음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 시인의 대화가 사뭇 정겹고 흥미롭다고 유자효 시인은 평한다.

유자효 시인은 김선옥 시인의 ‘순수함’을 강조하며 몇 편의 시를 다음과 같이 평한다.

가시를 닮아 서슬이 푸르다

장미라고 살며시 부르면 금시 얼굴을 붉힌다

언제나 누구나 한결같이

빨간 입술 쫑긋거리며 자꾸 웃어댄다

이뻐 죽겠다

김선옥 시인

(중략)

빈 마당 한구석 조는 꽃 위로

나비 한 마리 함께 졸고 여름 한나절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천년처럼.....

이 시는 지극히 동양적이다. 그리고 정적 속에 지나가는 여름 한 나절은 마치 천년과도 같다. 유자효 시인은 노년에 접어들지 않으면 표현할 수 없는 선(仙)의 경지에 오른 시라고 극찬하고 있다.

김선옥 시인은 1973년 중앙일보 동양방송 프로듀서로 입사해서 KBS라디오제작센터장, 경인방송 대표이사를 역임한 방송인 출신 시인이며 <오후 4시의 빗방울>, <모과나무에 손풍금 소리가 걸렸다> 등의 시집이 있다.

이지선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