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8세 유권자에 관한 단상(斷想)
기고/ 18세 유권자에 관한 단상(斷想)
  • 장석환 (서울시선관위 홍보과)
  • 승인 2020.03.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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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환 서울시선관위 공보주무관
장석환 공보주무관
장석환 공보주무관

[시정일보] “그래, 그런 것이 궁금한 것이 열여덟이거나 열아홉인 것이다. 어릴 때 성급하게 꿈꾸어왔던 어른들의 세계에서 다시 차곡차곡 그런 것들까지 하나하나 밟아가지 않으면 안 될 아이들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이순원의 소설 19세 중에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순원의 성장소설 19세를 오래 전 내 방에 깔린 어둠의 눈을 빌려 조금씩 음미하여 읽곤 하였다. 주인공 ‘정수’의 아슬아슬한 성장과정을 읽어내면서 어른이 되고 싶은 그 간절함으로 이뤄낸 작은 성공과 좌절을 따뜻한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공감이라는 말로는 충분치 않았고 내가 받은 인상은 그것보다 강렬한 예컨대 동지의식과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열여덟이거나 열아홉 시절의 나는 ‘정수’와 같이 이미 어른이라는 과잉된 자의식으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부조리해 보이는 어른들의 세계 또한 바꾸고 싶기도 했었다. 어른의 세계 안에서 행동하지 못하는 당시의 나는 생각이 그래서 많은 편이었고 외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 그 또래의 교복입은 청소년들의 마음 역시 일부는 그러하지 않을까.

올해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18세에게도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소설의 주인공인 ‘정수’와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이 유권자가 된다는 놀라운 변화다. 교복입은 18세 청소년들의 마음도 어떠한 자신감과 어른이 되었다는 설렘으로 기쁨과 흥분이 충만할 지도 모른다.

인간의 성장은 축적되기도 하지만 어떠한 계기로 매 순간 탄생한다고 믿는다. 아무리 어른스러운 청소년이라도 어른세계로의 장은 시작일 뿐이라는 현실을 잊지 않기를 소망한다. 18세 청소년들의 참정권은 존중해야 마땅하며 대의민주주의의 진일보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권리행사에는 법에 따라 지켜야 할 의무가 따르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투표할 수 있는 18세 유권자라 하더라도 선거운동이나 정당가입을 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보아야 하고 그 밖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에도 이르지 않도록 유의할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유권자라는 마음으로 순수한 선의에서 하는 여러 행위도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몸도 마음도 어른세계의 모든 선을 넘어버린 듯한 모습 앞에서 잠시 차분해지기를 희망한다. ‘다시 차곡차곡 밟아가지 않으면 안 될’ 그 어른의 세계 역시 겸허히 존중하며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미래를 빛낼 성숙하고 아름다운 유권자의 길이 있을 것이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