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한 공직자 ‘절반이상 중징계 철퇴’
갑질한 공직자 ‘절반이상 중징계 철퇴’
  • 이승열
  • 승인 2020.04.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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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 후 갑질행위자 징계처분 현황 분석
갑질행위자 56.9%가 정직·강등·해임 등 중징계 처분… 67.8%가 중간관리자 이상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공무원의 갑질행위와 부당한 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2018년 12월 <공무원 행동강령>이 개정된 후, 실제 갑질행위로 적발된 공직자의 절반 이상이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무원 행동강령>상 갑질행위자에 대한 각급 공공기관의 징계처분 현황과 갑질 근절 노력에 대한 분석 결과를 지난 26일 공개했다.

권익위는 2018년 12월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이나 지위‧직책 등을 이용해 부당한 지시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이번 분석은 갑질 금지규정 도입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새로운 행위기준이 제대로 정착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뤄졌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갑질행위를 한 혐의로 권익위에 적발되거나 각급 기관에서 ‘견책’ 이상 징계를 받은 공직자는 총 59명이다. 이 중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 35명(59.3%)으로 가장 많았고, 기초자치단체 소속 공무원(11명)과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6명)이 그 뒤를 이었다. 시・도교육청 소속은 4명, 시·도 소속은 3명이었다. 

위반자 중 자체감사를 통해 적발된 경우는 42명으로 전체의 71.2%에 달했다. “갑질 행위자에 대한 자체감사기구의 통제 기능이 일정 수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권익위는 분석했다. 

갑질행위자를 직위별로 보면, 팀장‧계장 등 중간관리자 이상이 40명으로 전체의 67.8%를 차지해, 갑질행위자 3명 중 2명이 중간관리자 이상 간부진으로 나타났다. 광역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의 경우 위반자 수는 적었으나 위반자 모두가 중간관리자 이상이었다. 특히 시・도 교육청 소속 갑질 행위자 4명은 모두 학교장으로 나타나, 일선 교육현장의 갑질 문제 근절을 위해서는 학교장의 인식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신분 확인이 가능한 51건을 분석한 결과, 내부직원에게 갑질행위를 한 위반자가 43명(84.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납품업체 직원, 협력업체 관계자 등 외부인을 대상으로 한 갑질 행위자는 8명에 불과했다. 

내부직원에게 갑질행위를 한 공직자의 직위는 중간관리자 이상이 74.4%를 차지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인턴, 기간제 등 상대적으로 신분이 불안정한 내부직원이었던 5건 중 4건은 하위직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조건의 불안정성을 악용한 갑질행위는 하위직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의미다. 

징계가 완료된 51명 중 29명(56.9%)이 정직, 강등,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견책·감봉 등 경징계는 22건(43.1%)에 불과했다. 갑질 행위자에 대해서는 중징계 처분이 더 많았던 것. 이에 대해 권익위는,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 이후 범정부적 갑질 근절 대책 추진의 일환으로 행동강령 상의 갑질금지 규정 위반자에 대해 징계감경을 제한하도록 명문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갑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일선 공공기관 차원에서도 자체적인 갑질 근절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각급 공공기관 행동강령책임관이 수행한 상담 내역은 1만2200여건에 달했고, 갑질행위와 관련해서도 총 117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23조에서는 각급 기관이 행동강령책임관을 지정해 소속 공직자의 행동강령 교육·상담, 위반신고 접수·처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대전시 대덕구 등 일부 지자체는 공직사회 내부의 갑질 신고를 활성화하고 갑질 피해자에게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갑질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익위는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각급 기관에서 자율적인 예방 활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갑질 행위에 대한 자체점검을 독려하고 점검 실적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권익위 임윤주 부패방지국장은 “공직사회의 갑질 문제는 공직자들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데서 기인한다”면서 “앞으로도 공직자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갑질 근절을 위한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법령‧제도상 내재된 갑질요인을 제거하는 등 우리사회 전반의 공정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