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끄러운’ 동방예의지국
기자수첩/ ‘부끄러운’ 동방예의지국
  • 이지선
  • 승인 2020.04.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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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 우리나라는 ‘예의범절’을 어릴 때부터 철저히 교육시켜온 나라지만, 언제부터인가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 의미가 누렇게 퇴색돼가고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퇴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어르신이 서 있는데도 다리를 꼬고 앉아서 욕설 섞인 대화를 하는 것을 봤다. 마치 예의를 무시하는 무례함을 ‘멋’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어린 세대, 젊은 세대에게 ‘너는 어리니까’하며 무시하고 끝내버리는 어른들의 태도에 대한 반항심이기도 할 것이다. 위에서 누르려고만 하니 역으로 쾌를 느끼려는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씁쓸한 기분으로 돌아오다가 얼마 전 TV 뉴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요즘 코로나19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발코니 창문을 열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함께 울고 노래 부르며 박수치며 서로의 고통을 진심으로 나누고 배려하며 응원하는 놀라운 모습 속에서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느꼈었다.

본 기자도 5년간 이탈리아에 거주하면서 그들 속에 뼛속까지 배어있는 인류애를 수없이 느껴왔었다. 지나가다 눈만 마주쳐도 ‘Buon giorno(안녕하세요)’가 저절로 나온다. 지나가다가 조금만 스쳐도 ‘Scusi(미안합니다)’가 저절로 나온다.

이탈리아는 Lei(당신)보다는 Tu(너)를 사용하게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자유롭게 교육하고 풀어주는 것 같지만 아이들은 매우 어른스럽고 매너가 바르다. 어른과 아이들 사이에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가 동지이고 존중하는 인격체로서 충분하다.

그럴 만한 것이 동아일보사에서 출판됐던 <아이 스케치북에 손대지 마라>에서는 유럽의 아이들 감성 교육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엄마는 ‘선생’이 아닌 ‘도우미’다. 함께 그림을 그릴 때 밑그림을 그려주지 말 것, 사물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하지 말 것, 유명한 음악가의 음악을 많이 들려줄 것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탈리아 어린이 동요제인 ‘제끼노 도로(Zecchino D'oro, 황금 동전)’, 프랑스의 ‘어린이 아틀리에(Atelier pour Enfants)프로그램’ 등을 보면 유럽에서는 학생들이 교육을 학교에서만 받지 않고, 문화·예술과 연계된 산교육을 받으며 자라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남녀노소, 이웃이 문화로 함께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는 서초구의 ‘서리풀 페스티벌’,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1살부터 즐긴 예술이 101살까지 이어진다’는 뜻의 ‘1101 어린이 라운지’ 등이 있다.

IT 강국으로 세계적으로 잘 사는 우리나라는 ‘생활에서 체감하는 선진화’를 충분히 이뤘다. 온 세계는 그런 우리를 부러워한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감수성의 선진화’는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