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21대 국회의원에 바란다
시정칼럼/ 21대 국회의원에 바란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20.04.23 09:05
  • 댓글 0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지난 4·15 총선에서 여당에 전례 없는 ‘슈퍼 권력’을 쥐어 준 민심은 21대 국회에 새로운 틀의 의회정치와 일하는 국회를 명령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촛불혁명 이후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집착한 현 보수야당에는 매서운 회초리를 들며 개혁과 비전 없는 정당이 어떻게 몰락하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언론들은 다투어 ‘민주당 압승, 통합당 참패' 결과를 전했고 사설을 통해 분석과 제언을 내놨다. 코로나 사태가 이번 4·15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는 공통적이었지만 원인과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에선 분명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혹자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선거 결과가 다른 이슈들을 가리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당의 단독 과반, 코로나가 정권심판론을 삼켰 버렸다고 말하지만  민주당이 압승한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첫손에 꼽힌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정권 심판론을 포함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한 것은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국가적 위기가 아니었다면 압승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제 민주당은 다수의 힘을 내세우기 보다는 다른 야당들과 함께 협치에 힘써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어쨌든 4년 동안 묵묵히 국회를 지켜본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한 표’의 힘을 통해 새로운 정치 구도를 만들어 냈다. 물론 유권자들이 여권에 압승을 안겼지만 이 무소불위의 권력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다.

국민이 이렇게 한편으로 불안한 것은 압승한 권력이 3년간 보여준 무능과 폭주 때문이라며 만일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총선 승리를 여태까지 벌여온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인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이 커다란 힘과 여유를 국민을 위한 정책 전환에 사용해야만 국민들에게 행복을 안겨 줄 수 있다. 압승한 여, 겸손한 자세로 코로나 국난 극복 협치에 나서야 하고 참패한 야, 환골탈태 없이 국회의원의 미래는 없다

또한 이번 선거 결과로 나타난 지역주의의 문제를 국민들은 우려한다. 동서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선명하게 갈렸다. 고질병 같은 지역주의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정치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양당의 대결정치가 강화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제발 간언한다. 국회의원은 4년의 임기 동안 국민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는 국회가 열리는 동안 일을 하면서 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벌을 받지 않는 등 많은 특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주어진 특권만큼 의무도 뒤따른다. 그런데 국회의원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나 부정적이었다.
​
돌이켜 보니 20대 국회처럼 시끌시끌한 적도 흔하지 않았다. 이는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의 향상 아니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기 때문이었을까.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평가는 대충 이렇더라.

사자성어의 주역은 누구일까? 일구이언(一口二言), 당동벌이(黨同伐異), 뇌물수수(賂物授受), 안면박대(顔面薄待), 후안무치(厚顔無恥), 책임회피(責任回避), 안하무인(眼下無人), 막무가내(莫無可奈) 마이동풍(馬耳東風), 풍전등화(風前燈火), 우이독경(牛耳讀經), 우왕좌왕(右往左往), 유야무야(有耶無耶), 용두사미(龍頭蛇尾), 조령모개(朝令暮改), 답은 한결같이 국회의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치인과 개의 공통점은 가끔 주인도 몰라보고 짖거나 덤빌 때가 있다. 먹을 것을 주면 아무나 좋아한다. 무슨 말을 하든지 개소리다. 자기 밥그릇은 절대로 뺏기지 않는 습성이 있다. 매도 그 때 뿐 옛날 버릇 못 고친다. 족보가 있지만 믿을 수 없다. 미치면 약도 없다. 심지어 국민 위에 군림하고 국민을 괴롭히며 국가에 피해를 주는 국해의원(國害疑員)이라 폄하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예전의 국회의원들은 이런 혹평도 받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뽑힌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불편해 하는 일은 없는지, 바꾸거나 새롭게 만들어야 할 법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는 혈세 값을 톡톡히 하지 않으면 국민적 저항을 반드시 받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국회의원은 보다 정직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제일 먼저 국가에 충성 봉사해야 한다. 특권의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대표한 일꾼일 뿐인데 선거만 끝나면 주객이 전도되고 만다.

​국민들은 민주주의란 각자 다른 의견을 인정할 줄 알고 협의와 타협으로 조율하며 공익을 위하여 힘쓸 줄 아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들은 소수의 권력과 정파에 의한, 그곳엔 당원도 국민도 없는 이합집산 그 자체였다.

자랑스러운 21대 국회의원은 악어와 악어새의 형국에서 벗어나 국회의원의 명예가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국민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국민이 잠에서 깨어야 한다. 이제 국민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참된 권력은 국민을 섬김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