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주먹의 온정’ 되살린 ‘33인의 공무원들’
‘쌀 한주먹의 온정’ 되살린 ‘33인의 공무원들’
  • 이지선
  • 승인 2020.04.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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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독산1동 주민센터 ‘사랑의 좀도리’
5년째 ‘사랑의 좀도리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자타공인 ‘자원봉사 어벤저스’ 독산1동 직원들.
5년째 ‘사랑의 좀도리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자타공인 ‘자원봉사 어벤저스’ 독산1동 직원들.

 

동 주민센터 전직원이 자원봉사자

“더 좋은 봉사활동 없을까” 고민

 

전직원 월급 기부 ‘사랑의 좀도리’

동장 바뀌어도 5년째 지속 추진

 

[시정일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금천구 독산1동에서는 ‘사랑의 좀도리’ 사업을 실시해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자원봉사로 지역경제도 살리고 이웃을 보듬어 다 같이 평등하게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최대한 모색하고 있다.

‘업무 자체가 봉사활동’이라는 정일수 동장은 “직원들 모두 더 좋은 봉사활동에 대해 늘 고민하고 더 도울 길이 없을까를 생각한다”며 “어려운 주민을 돕는 일은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독산1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매년 그때그때 필요한 곳이 생기면 도움을 주는 ‘사랑의 좀도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적은 금액이지만 자발적으로 모금해 후원하는 기부 활동을 말한다. ‘좀도리’란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밥을 지을 때마다 쌀 한주먹씩을 덜어 내어 모아두던 단지를 말하며, 대개 부뚜막 단지에 모아뒀다가 남을 도와줬던 전통에서 유래했다.

‘사랑의 좀도리 사업’은 2016년부터 5년간 동장이 바뀌어도 직원들의 사업 취지에 대한 공감에는 변동이 없었기에 지속적으로 추진돼 오고 있다.

금천구의 전 직원들은 매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를 하고 있다. 1인당 평균 5000원 정도를 기부하고 있고 6급 이상 되는 공무원들은 1만원씩 기부한다. 당시 ‘사랑의 좀도리 사업’을 처음 계획했던 송유근 동장은 구 차원에서 전 직원이 다하는 기부도 너무 아름답고 훌륭한 일이지만, 특별히 독산1동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정도영 주무관은 “금천구에서 독산1동은 면적이 제일 넓은 곳이다. 적은 돈이지만 33명의 직원들이 3000원씩만 내도 10만원이 된다. 당장 병원에 가야 되는데 돈이 없을 경우, 국가나 시 차원에서 도움을 준다 해도 2~3일씩 걸리지만, 동 자체 사업이니까 바로 지원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에도 해당이 안 되고 차상위 계층에도 포함되지 않는 복지사각지대의 위기 가정을 위한 발 빠른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독산1동 사랑의 밑반찬 봉사단’은 각종 밑반찬 도시락을 만들어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오고 있다.
‘독산1동 사랑의 밑반찬 봉사단’은 각종 밑반찬 도시락을 만들어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오고 있다.

 

국가, 시 지원 아닌 ‘동 자체사업’

위기가정 발빠른 지원에 큰 보람

 

국제NGO‘글로벌쉐어’와 협력해

장학사업, 반찬나눔 등 다양한 지원

 

또 하나의 일례로 “관리비를 못내는 집이 있었다”면서 “법적 테두리 안에 속하지 않아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직원들이 돈을 자발적으로 모아 6개월 동안 지속적인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도움을 주는 형태는 한 번으로 종료되는 경우도 있고, 지속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까지 지원해주는 등의 ‘맞춤형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학금을 주거나 수백만원씩 돈이 들어갈 때는 단체와 협력해 긴급 지원을 하기도 한다. 특히 병원에서 큰돈이 들 때는 관내에 있는 ‘글로벌쉐어(Globalshare)’라는 단체와 연계하는데 글로벌쉐어는 가난과 질병, 재난 등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소외된 이웃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법인 국제 구호 NGO이다.

또한 국제NGO ‘글로벌 쉐어’와 협력해 장학사업, 특히 반찬 나눔 등 민관 협치로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독산1동은 ‘내부업무통신’을 통해 자신의 돈이 어떤 형편의 대상자에게 어떻게 쓰였다는 것을 일일이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돼있어 직원들은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정일수 독산1동장은 “모든 직원들이 자발적, 지속적으로 참여해줘서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적은 금액이지만 꼭 필요한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독산1동을 넘어 지역 전체로 확산돼 지역 중심의 소규모 나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도영 주무관은 “처음에는 업무처럼 의무감을 가지고 체계적이고 촘촘한 진행을 해나갔는데 그것도 장점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할 수 있어 많은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독산1동 33인의 공무원들의 진심과 사랑이 담긴 작은 온정이 코로나19로 차갑게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참으로 훈훈하게 데워주고도 넘치는 듯하다.

이지선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