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자신의 이익에 사로잡혀 분수를 잃어선 안 돼
시청앞/ 자신의 이익에 사로잡혀 분수를 잃어선 안 돼
  • 정칠석
  • 승인 2020.04.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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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寵利(총리)는 毋居人前(무거인전)하고 德業(덕업)은 毋落人後(무락인후)하며 受享(수향)은 毋踰分外(무유분외)하고 修爲(수위)는 毋減分中(무감분중)하라.

이 말은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로써 ‘은총과 이익에는 남의 앞에 서지 말고 덕행과 사업은 남의 뒤에 처지지 말라. 받아서 누릴 일에는 분수를 넘지 말고 자기를 닦아서 행할 일에는 분수를 줄이지 말라’는 의미이다.

익만큼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무기는 달리 없을 것이다. 아주 작은 이익에서부터 큰 이익에 이르기까지 아무튼 이익과 연관지어졌다면 그것이 무슨 일이든 간에 벌떼처럼 모여드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어떤 활동이라도 그것이 개인의 이익에 근거를 두지 않는 한 그 기반은 견고하지 못하다고 톨스토이는 말하고 있다. 심지어 그것이야말로 보편적인 철학상의 진리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나에게 다가올 수 있는 은총과 이익에 남보다 앞서지 말자는 이야기에 어떤 사람은 말도 안 되는 바보소리라고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 그대야말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다음에도 바보소리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삶을 그만두는 게 좋다. 모든 은총과 이익을 남보다 뒤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대는 그만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대보다 앞서서 이익을 취한 사람의 결과를 그대는 바로 뒤에 서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보기 전에 거기 숨겨진 화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지라.

작금에 들어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퇴직 연구원 20여 명이 최근 수년간 기밀자료를 대거 유출한 정황이 포착돼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기밀을 생명처럼 다뤄야 할 이 연구소 연구원들이 퇴직하면서 필요한 기밀을 몰래 빼내갔다고 한다.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이 작년 말 이 연구소 퇴직 연구원들의 기밀 유출에 대한 내사를 진행, ADD고위급 연구원 60여명이 퇴직하면서 무단으로 유출한 기밀을 이용해 방산기업이나 대학·연구소 등에 취업한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2~3년 내 퇴직한 20여명을 집중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의 시행령이 오는 7월 발효되면 취업심사 대상이 확대되므로 그 이전에 서둘러 퇴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기밀을 경쟁적으로 유출한 것이 아닌가 추측돼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자주 국방의 초석을 기치로 1970년 출범한 ADD는 지난해까지 350종이 넘는 신무기를 개발 대한민국을 방산 강국에 올려놓은 그 동안의 공든 탑이 이번 사태로 무너질 위기에 놓인 매우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정부는 진상규명과 함께 가담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 일벌백계하고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