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지방자치
기자수첩/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지방자치
  • 이승열
  • 승인 2020.05.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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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이승열 기자

[시정일보]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포스트(post­)’라는 접두사는 ‘~이후’를 의미한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라는 어휘는 ‘코로나 이후’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바로 그 전(前)과 후(後) 사이에 ‘거대한 단절’이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이 근본적인 영역에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기자는 ‘포스트 코로나’를 (개인적인 상상 속에서) 대략 이렇게 그려본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서구(미국과 유럽)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일본 제외)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 즉 세계화는 어느 정도 힘을 잃을 것이고, 반면 ‘탈성장’으로의 목소리는 힘을 얻을 것이다. 국가 간 인적교류와 여행은 줄어들고, 다른 나라와 인종에 대한 혐오는 확대될 것이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 낯선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조금은 바뀔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로 눈길을 돌려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대폭 증대될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지방정부가 매우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드라이브 스루, 착한 임대료 운동은 지방에서 시작됐고,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의제도 지방자치단체장의 목소리에서 나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내가 살고 있는 시·도나 시·군·구의 행정·복지서비스가 다른 지역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를 겪으며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를 자치분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치분권·재정분권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더욱 강화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도하게 집중된 중앙정부의 행·재정적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겨야 한다. 그럴 때만이 중앙정부도 앞으로 더 큰 위기와 재난이 닥쳤을 때 책임과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수평적 거버넌스를 통해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보는 ‘포스트 코로나’에는 새로운 주장이 없다. 지방자치법 등 자치분권 관련 법안을 처리하고,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더 나아가 지방분권형 개헌을 실현하는 일이다. 늘상 외쳐오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