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자신의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선 안 돼
시청앞/ 자신의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선 안 돼
  • 정칠석
  • 승인 2020.05.14 10:10
  • 댓글 0

[시정일보] 處處(처처)에 有種眞趣味(유종진취미)이니 金屋茅簷(금옥모첨)이 非兩地也(비양지야)라 只是欲蔽情封(지시욕폐정봉)하여 當面錯過(당면착과)하면 使咫尺千里矣(사지척천리의)니라.

이 말은 菜根譚에 나오는 말로 ‘어디서나 참 즐거움이 있어 대저택과 초가집이 다를 바 없다. 다만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 한번 어긋나면 가늠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큰 저택에 살거나 초가집에 살거나 삶의 참뜻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욕심과 정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익불사숙(弋不射宿)이란 말이 있다. 주살로 자는 새를 잡지 않는 다는 뜻으로 인자의 자비심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애급옥오(愛及屋烏)란 말이 있다. 남을 사랑하면 그 집의 지붕에 있는 까마귀까지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본성이 살아있는 한 모든 사물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이 이 땅위에서 완전히 존재하지 않게 됐다 하더라도 자비심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존속해 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명예를 잃는다는 것은 그 어느 것이나 다 커다란 손실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자비심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작금에 들어 지난 2007년 미국 의회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해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데 기여하며 위안부 피해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섰던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에 대해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며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해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해명에 나서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만이 피해자 지원사업은 아니다"며 “건강치료지원, 인권·명예회복 지원 등도 피해자지원이라고 강조했지만 영수증 공개는 가혹하다”며 반발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기부수입 총 22억1900여만 원 중 41%에 해당하는 9억1100여만 원을 피해자지원사업비로 집행했다고도 설명했다. 이 같은 액수에는 2017년 100만 시민모금을 통해 모금한 7억여 원에 일반 후원금을 더해 조성한 8억 원을 총 8명의 할머니들에게 여성인권상금으로 지급한 것도 포함돼 있다. 이 정도로는 작금의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

정의연이 진정으로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의 권익문제를 위한 시민단체라면 그간 활동 전반에 대해 소상히 공개하고 활동할 때마다 언제 얼마만큼의 성금이 모였으며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성금의 사용처를 명쾌하게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위안부 문제는 우리의 아픈 역사이자 한·일 간에 가장 민감한 쟁점이란 사실을 직시, 기억이 올바르지 않은 한 할머니의 푸념쯤으로 어물쩍 넘길 것이 아니라 진정한 문제의 해결점을 찾기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