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나비정원’ 진분홍 철쭉꽃밭…지친 시민들에 ‘사뿐한 위로’ 선사
‘불암산 나비정원’ 진분홍 철쭉꽃밭…지친 시민들에 ‘사뿐한 위로’ 선사
  • 김소연
  • 승인 2020.05.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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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중에도 열일한 ‘노원구 나비정원’ 사람들

 

[시정일보 김소연 기자]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 사이에서 진분홍 철쭉이 펼쳐진 노원구 ‘불암산 나비정원’이 화제다.

철쭉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나비와 곤충 모형 그리고 알록달록 다양한 꽃을 본 시민들은 “외국에 온 것 같다. 오늘 밤은 푹 자겠다”면서 아담하지만 화려하게 가꿔진 나비정원을 보고 지친 마음을 위로했다.

지난 2018년 9월에 개관한 불암산 나비정원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365일 살아있는 나비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나비정원은 지상 2층의 본 건물과 나비 먹이를 재배하는 식물 재배 온실 등 2개동으로 이뤄졌다. 본 건물에 있는 나비 온실에서는 산란부터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기까지 나비의 일생을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관찰할 수 있으며, 겨울에는 5종의 나비 1500여마리, 봄부터 가을까지는 10여종의 나비 1500~2000여마리를 풀어놓는다.

 

나비정원 온실에서 직원들이 나비를 관찰하고 있다.
나비정원 온실에서 직원들이 나비를 관찰하고 있다.

 

나비정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2월1일부터 5월5일까지 임시 휴관을 한 후 지난 6일부터 재개장했다. 아직은 감염병 위험이 남아있기 때문에 30분 단위로 30명씩 입장 가능하다.

나비정원 직원들은 공무원 4명, 기간제 3명, 서울형 뉴딜 근로자 4명으로 총 11명이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주말 상관없이 출근한다. 공무원 4명은 2명씩 조를 짜 격주로 주말 근무를 한다.

직원들은 임시 휴관 중에도 누구보다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나비들이 3월부터 번데기에서 성충이 되기 때문에 휴관 상관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나비정원을 총괄 운영하는 공원여가과의 임창종 관장은 “일부 주민 중에는 휴관 중에 놀고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셔서 속상했다. 나비가 3월부터 번데기에서 나비로 우화하는 시기라 우화율을 높이기 위해 번데기를 옮기고 나비 먹이인 식물들을 풍성하게 재식재하고 배치를 바꾸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임시 휴관 동안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소다. 평소 휴관일인 월요일에도 청소를 하지만 그동안 하기 힘들었던 대청소를 했다. 또한 관람객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에 휴관 동안 전시물을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직원들이 디오라마 작업을 위해 지형 모형을 만들고 있다.
직원들이 디오라마 작업을 위해 지형 모형을 만들고 있다.

 

특히 지형 모형에 곤충 표본을 설치하는 ‘디오라마’ 작업을 했다. 수작업으로 하는 일이라 손이 많이 가고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불암산 지형 모형을 만들어 지형에 따라 번식하는 곤충들을 구분해 살아있는 것처럼 모형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또한 나비뿐만 아니라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육서 곤충들이 6~7종이 있어 곤충들도 관리했다.

올해부터 나비정원에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철쭉을 보러 온 상춘객들을 관리하는 일이다. 주차공간이 적은 나비 정원은 차량을 총 20대까지만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입구에서 차량 통제가 필요하다. 차량통제를 위해 4월 말부터 직원들이 주차안내를 했다.

임창종 관장은 “바람이 있다면 나비정원 앞에 경전철 차고지가 들어설 예정인데 이곳에 지하주차장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주차공간이 넓어지면 관광지로서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비정원은 더 많은 시민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에 특별전을 기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름에는 한 여름밤 반딧불이 축제 형식으로 나비 온실에서 반딧불이를 관찰하고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불암산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불암산에 사는 곤충들을 채집하고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10년간의 데이터를 모아 ‘불암산의 곤충들’이라는 책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원들도 올해부터 주·야간별로 곤충을 채집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한편, 나비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불암산에는 휠체어와 유모차도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 숲길과 생태학습관, 유아숲 체험장이 조성돼 있으며, 산림치유센터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전망대도 준비하고 있어 시민들이 서너 시간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이 될 전망이다.

김소연 기자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