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항공모함 보유, 차원 높인 국방운영 필요
특별기고 / 항공모함 보유, 차원 높인 국방운영 필요
  • 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 승인 2020.05.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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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해군은 한국형 항공모함으로 영국의 6만5000톤 퀸 엘리자베스 급을 선택했다. 해군이 항모를 운용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는 36년 전 권영해 장관 시절로 올라간다. 1994년 국방개혁연구위원회에서 한 해군 장교가 항모 보유 필요성을 제기하자 육해공군의 엘리트로 구성된 연구위원들은 처음에는 웃어버렸다. 항모하면 흔히 미국 항모전단을 떠올리는데 항모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순양함 2척, 구축함 4척, 잠수함 1척, 보급함 1척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연구위원들에게는 이 제안은 지나쳤다.

그러나 이 제안이 전력증강에 자극을 주어 2005년 다목적 상륙함인 독도함이 진수되었는데, 수리온 헬기 7대를 탑재하고, 전차 6대, 상륙돌격장갑차(LVT), 고속 공기 부양정 등을 갖춘 1개 대대의 상륙부대를 탑재한다. 일본은 독도함을 경항공모함으로 간주하고 크게 경계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항공 전력을 구성하는 것은 문제다. 독도함에는 앞으로 F-35 스텔스 수직 이착륙기를 탑재할 계획인데 조종사는 공군에서 전군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방공포 부대가 육군에서 공군으로 전군한 것을 참조하고, 이탈리아에서 같은 문제로 해군과 공군이 경쟁했으나 결국은 공군이 주도하기로 결정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해군은 수상함, 항공전력, 잠수함 이외에 해병대로 구성된다. 지금까지 해군 수뇌부는 수상함 위주이기 때문에 다른 요소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잠수함 전단이 잠수함 사령부가 되어야 하고 항공전단도 항공사령부가 되어야 한다. 해병대는 해군의 일부이지만 서로 연결이 부족하다. 사관학교 동기생들도 서로를 소 닭 보듯 한다. 해병대는 미국 해병대와 합동훈련을 많이 하면서 자체의 항공단을 가진 미국 해병대를 모델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포클랜드 전쟁 당시의 영국 해병대와 같은 수준을 참조해야 할 것이다. 청해 부대는 해적에 납치된 인질을 구출하는 등 활약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 국위를 선양하면서, 미국의 5 함대와 연합작전도 수행한다. 이것이 우리 나름 대양해군이다.

그런데 해군 운용병력의 부족이 문제다. 전력증강에 따라 함정은 계속 늘어나는데 병력은 고정되어 있다. 함정은 오랫동안 출동나갔다 돌아와도 휴식 없이 바로 작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준사관과 장교가 전력의 대부분인 해군 군 구조에 맞는 병력운용을 해야 한다. 해군 정원을 늘리는 것은 국방부를 넘어선 정부 차원의 검토와 지원이 필요하다. 작전환경과 임무가 급격히 변화된 상황에서 예산과 조직관리 개념이 따라가야 한다.

2017년 한미미사일 지침이 개정되어 사거리 800km로 북한 전역을 사정거리에 넣게 되었으며, 고도의 기동성과 정확도를 갖춘 드론이 강력한 무기체계로 등장하였다. 미사일과 드론의 결합에 따라 북한에 대해 훨씬 유효한 재래식 전력 억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도 더욱 실질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항모 보유와 함께 차원 높은 국방운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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