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무엇보다 위정자는 수시처중 할 줄 알아야
시청앞/ 무엇보다 위정자는 수시처중 할 줄 알아야
  • 정칠석
  • 승인 2020.05.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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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君子之中庸也(군자지중용야)는 君子而時中(군자이시중)이요 小人之反中庸也(소인지반중용야)는 小人而無忌憚也(소인이무기탄야)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써 ‘군자가 몸소 중용을 실행한다는 것은 군자로서 늘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는 것이며 소인이 중용을 어긴다는 것은 소인으로서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중용은 의미보다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군자가 몸소 실행하는 중용은 時中(시중)이라고 했다. 주희는 시중을 隋時處中(수시처중) 즉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로 풀이했다. 여기서 중은 지당한 것 즉 지극히 타당한 것 또는 至善(지선)의 것 즉 지극히 최선의 것을 말한다. 이는 또한 대학의 止於至善(지어지선)에서의 지선과 연관돼 있다. 양자는 모두 만사만물의 이치에서 타당함의 극치를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중은 언제 어디서나 가장 최선의 가장 타당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중용은 權(권)과 變(변)을 중시한다. 權(권)은 常(상)의 상대요 變(변)은 通(통)의 상대로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 가장 당면하고 정당하고 합당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군자는 바로 중이 근본임을 알고 권과 변을 알아 시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군자는 모든 것에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고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바탕위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소인은 변화와 융통이 자신의 이익에 치우친 것이며 욕망이 지나친 것이다. 그래서 얼핏보면 시중인 것 같지만 사실을 중용에 역행하는 것이다.

작금에 21대 국회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굵직한 입법계획을 내놓는 등 일에 대한 욕심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것을 나무랄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의욕이 너무 넘쳐 과잉·졸속 입법을 21대 국회에서도 남발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20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발의 법안건수가 2만여 건을 넘었다. 입법 발의건수가 의정활동 평가 잣대처럼 여겨지다 보니 의원들 간 경쟁의 결과이다.

특히 의원입법은 정부 발의 입법과 달리 10일간의 입법예고와 상임위 검토 외에는 별다른 의견수렴 및 검증 절차가 없어 입법 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정부가 법률안 발의를 의원에게 부탁하는 소위 청탁 입법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입법만능주의에서 비롯된 의원입법의 심각성은 더하다.

21대 국회의원들은 입법 발의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싶다.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전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대한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21대 국회는 의원입법안에 대해서도 규제심사를 도입함은 물론 입법영향분석제도를 신설하는 것 또한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법안은 한번 본회의를 통과하면 쉽게 되돌릴 수 없기에 심도 있는 심사로 법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21대 국회는 일단 발의하고 보자는 식의 졸속·과잉 입법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