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홍제원~독립문 ‘중국사신이 걷던 길’
근현대 독립운동가를 만나는 ‘북악산 코스’
낙산, 조선시대 군사시설과 불교문화 공존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은 역사학자 8명과 서울시민들이 인왕산·북악산·낙산 등 서울의 내사산 3곳을 직접 답사한 경험을 담은 <서울역사답사기4 - 인왕산·북악산·낙산일대>를 발간했다고 2일 밝혔다.
인왕산·북악산·낙산은 많은 서울시민에게 사랑받는 등산 명소지만 이 산 자락에 수많은 문화유적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번 답사기는 이곳에 있는 다양한 유적을, 스토리, 사람, 지역의 역사 등 역사학적 관점에서 답사한 기록이다.
책은 인왕산·북악산·낙산 자락에 있는 7개 답사코스를 소개한다. 먼저 인왕산 코스에서는 인왕산 외곽 홍제원터부터 독립문까지가 조선시대 중국 사신들이 걸었던 길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인왕산 자락에 있던 17~20세기 유적들을 살펴보는 타임캡슐 여행을 하게 해준다.
홍제원터부터 안현고개를 넘어 독립문(모화관터)까지 조선시대 명·청 사신들이 걸었던 길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가 거주하던 가옥인 딜쿠샤를 비롯, 근대 서울에 왔던 외국인들의 집터를 만나볼 수 있다.
또 △사직동에서는 단군성전, 황학정, 종로도서관 △필운동에서는 배화여고, 필운대, 홍건익가옥 △옥인동에서는 박노수미술관, 수성동계곡, 송석원 △청운동에서는 김상용 집터라는 것을 보여주는 백세청풍 각자를 찾을 수 있다.
북악산 코스에서는 조선시대 후궁들의 역사와, 성북동 일대 북악산 자락의 근현대 독립운동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북악산이 보이는 경복궁 주변에는 연잉군(영조의 왕자 때 봉호)이 살던 창의궁터를 보여주는 백송과 조선시대 후궁들의 사당인 칠궁을 만날 수 있다. 북악산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면 금융연수원 내 고종의 부국강병 꿈이 서려있던 번사국기기창이 있다.
성북동 일대 북악산 자락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에 거주하던 심우장을 비롯,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문학으로 이 시대를 빛냈던 여러 문인들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삼청각, 길상사를 비롯한 현대사 관련 유적지들이 있을 뿐 아니라, 고종의 아들 의친왕이 과거에 머물던 별장 성락원, 조선전기 누에농사의 풍년을 빌기 위해 건립된 선잠단도 만나볼 수 있다.
낙산 코스에서는 이 일대가 조선시대 군사시설과 불교문화가 공존해있던 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북벌을 추진했던 송시열의 집터를 시작으로, 조선시대 군무를 총괄하던 삼군부 총무당과 조선시대 병사의 훈련을 담당했던 훈련원터를 살펴볼 수 있다. 흥인지문을 둘러싼 옹성의 군사적 의미를 학습하고 가는 것은 덤이다.
이 일대에는 비구니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보문사와 미타사도 있다. 고려시대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미타사 5층 석탑은 이 일대가 스님들이 거주하는 승방일대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서울역사답사기는 역사학자와 서울시민이 10년간 서울 곳곳을 돌아보고 매년 답사기를 발간하는 서울역사편찬원의 대장정 프로젝트다. 이번 책은 지난해 한강을 주제로 발간한 <서울역사답사기3 -한강을 따라서>에 이어 네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서울책방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서울시내 공공도서관이나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전자책(e-book)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 원장은 “인왕산·북악산·낙산 등과 관련된 수많은 유적들을 통해 시민들이 서울이 ‘역사도시’라는 것을 다시금 체험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