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변화의 시작’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명물 우편함
‘마을공동체 변화의 시작’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명물 우편함
  • 이승열
  • 승인 2020.06.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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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된 아파트에서 싹튼 공동체 문화의 상징… 중구와 중림복지관, 도시재생 협의체도 지원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주민이 우편함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주민이 우편함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중구 중림동에 자리잡은 성요셉아파트는 1970년에 지어진 국내 최초의 복도식 주상복합아파트다. 독특한 건축형태를 지녀, 현재는 서울시에서 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성요셉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우편함이 눈에 띈다. 형형색색의 꽃과 화려한 날개를 가진 나비들로 채워진 우편함이다. 

중구(구청장 서양호)가 주민들이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함께 만든 이 우편함의 사연을 소개했다. 

중림동 일대는 2016년 서울역일대 도새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돼, 개발이 아닌 주민과 상생하는 도시재생으로 발전 방향의 가닥을 잡은 곳. 아파트 맞은편 허름한 건물이 앵커시설인 ‘중림창고’로 확정되는 등 주변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성요셉아파트는 50년의 역사를 지닌 만큼 노인 입주자 비율이 높고 복지 사례관리대상자들이 거주하고 있어 빠른 시간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구와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이운희 관장)이 각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복지관은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센터)와 손을 잡고 아파트 문제를 하나씩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도시재생 거버넌스 조직인 주민협의체 내에 성요셉 분과를 구성, 주민들 간 이야기를 풀어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게 했다. 또 아파트 개별 가정을 방문해 아파트 환경개선과 요보호 대상자를 위한 개입의 필요성도 확인했다. 덕분에 주민들도 아파트 운영과 주민 주도의 공동체 문화 형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어 아파트 주민들, 복지관, 센터가 합작해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에 도전하게 됐다. 이때 기존에 없었던 우편함을 설치해 보자는 주민의 의견이 나왔고, 지역에 기반을 둔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막쿱을 연계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우편함 제작이 시작됐다. 주민들이 우편함 제작 워크숍에 참석해 채색에 힘을 보탰다. 

한 폭의 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성요셉아파트 입구 우편함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런 작은 변화에 구도 큰 힘을 실어줬다. 아파트의 주요현안을 공유하면서, 주민 숙원사업인 수도관 교체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앞으로도 성요셉아파트 주민들은 정기적 모임과 반상회를 통해 마을 문제를 공유하고, 구와 복지관은 앞에서 끌기도 뒤에서 밀기도 하며 마을공동체의 자치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서양호 구청장은 “마을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가장 큰 역량을 지니고 마을을 변화시키는 것은 주민”이라며 “이는 구에서 지난해부터 추진한 동정부의 원동력이며, 이렇듯 주민이 중심에 서고 행정기관에서 지원해 준다면 피부로 와닿는 행복한 주민자치가 빨리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